유럽의 재정 위기가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인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까지 흔들고 있다. GM이 자회사인 오펠의 추가 공장 폐쇄 등 강도높은 구조 조정을 검토하면서 한국 군산공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GM이 계속되는 적자에 허덕이는 유럽 자회사 오펠(OPEL)의 독일 보훔과 영국 엘즈미어 공장 폐쇄를 추진 중이다. GM은 이미 2009년 오펠의 벨기에 앤드워프 공장 문을 닫는 등 8,300명에 가까운 인력을 구조조정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M은 지난해 3분기까지 유럽에서 5억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고, 다음 주 발표할 4분기 실적도 사상 최악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되면 GM은 1999년 오펠을 인수한 이후 누적적자만 약 140억 달러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유럽 자동차 시장의 전망이 어둡다는 것. 지난해 유럽에서 1,280만 대 가까운 자동차가 팔렸는데, 2007년과 비교해 15% 가까이 줄었다. 올해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LMC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유럽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5.9% 가량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지난해 어렵게 세계 1위에 오른 GM에게 유럽은 큰 숙제"라고 진단했다. 더구나 세계 1위를 놓고 GM과 경쟁하는 폴크스바겐, BMW, 아우디 등 독일 업체들은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이겨냈다. 이들은 차체의 기본 틀인 플랫폼을 통합하는 등 강도높은 위기 개선책을 추진했다. 따라서 GM도 이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GM이 추가로 독일과 영국의 공장 폐쇄를 추진하고 있으나 이 또한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프랑스 PSA푸조-시트로앵이 앞으로 6,0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고, 스웨덴 사브는 파산했으며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는 유럽 생산을 중단하는 등 유럽 자동차 업계는 초토화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GM의 추가 공장 폐쇄는 유럽 자동차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드는 조치가 될 수 있다.
미국 포드도 지난해 4분기 유럽에서만 1억9,000만 달러의 적자를 봤는데, 전년 동기 대비 4배나 늘어난 수치다. WSJ는 "현재 유럽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20~30%는 과잉 생산 된 것"이라며 "그러나 유럽 정부들도 이를 떠안고 갈 만큼 여유가 없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GM의 유럽 공장 추가 폐쇄를 오펠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보고 있다. GM본사가 플랫폼 통합, 각종 비용 절감 등 강력한 드라이브를 통해 되살아났듯 오펠도 같은 방식의 '개혁'을 추진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이를 위해 GM은 최근 스티브 거스키 수석부회장, 메리 바라 글로벌 제품 개발 담당 수석부사장 등을 오펠 이사회 멤버로 급파했다. 하지만 오펠 노조가 이를 거부하면서 GM이 노조를 압박하기 위해 공장 폐쇄라는 강수를 뒀다는 관측이다.
오펠의 처리 문제는 한국GM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 일부 언론들은 GM이 오펠 노조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한국GM의 군산 공장 일부 생산량을 유럽으로 옮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GM이나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 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펄쩍 뛰고 있지만, 한국보다 유럽의 처리 문제가 시급한 GM이 실행에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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