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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증과 상상 사이에 놓인 사극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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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증과 상상 사이에 놓인 사극 드라마

입력
2012.02.0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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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회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사극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인기가 방송계 안팎으로 뜨겁다. 사극은 복식과 유물, 건축물 등 진귀한 볼거리와 긴장감 넘치는 역사 스토리로 대중들의 흥미를 끌어들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사극에는 언제나 고증이라는 단어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 마련이라 역사 왜곡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런 이유로 '해를 품은 달'처럼 몇몇 드라마는 아예 처음부터 '퓨전사극'임을 못 박고 역사 고증 논란을 털어버리고자 하지만 그래도 유물·문헌 자료가 충분한 조선시대 사극은 좀 더 고증에 토대를 두어 복식재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제 '한국'이 범아시아를 뛰어넘어 유럽·미국에서까지 특별한 관심을 끌고 있는 가히 새로운 동방 문예부흥의 시대에 우리가 서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일본의 틈바구니에서 역사왜곡에 시달리는 한국은 이러한 한류를 통해 가시적으로 한국의 모습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우리 역사에서 사료가 가장 부족한 시대로 손꼽히는 백제의 영웅 일대기를 그린 '근초고왕'은 새로운 시도였다. 풍납토성과 각종 의상은 이 드라마의 주요 볼거리였으나, 이 또한 많은 아쉬운 점을 남겼다.

삼국시대 3대 정복군주이자 백제를 고대국가로 완성시킨 근초고왕은 영토를 요서지역까지 확장하며 정복의 왕으로도 평가 받았기에 극 중 근초고왕이 입고 나온 갑옷은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고조선의 갑옷은 여러모로 우수하고 이웃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앞선 제작기술을 지녔는데, 이를 그대로 이어 발전시킨 나라는 단연 백제였다.

한성백제 시대 몽촌토성 유역에서 출토된 뼈갑옷은 당시 뼈로 만든 갑옷이 없던 중국에서 귀중품으로 대접받았다고 한다. 4월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위치한 한성백제박물관 개관시 그 진면목을 자세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역사 속 인물이 입었던 갑옷 하나에도 숨겨진 스토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이 사극드라마의 매력이다. 이제 사극드라마는 국내를 넘어 해외 곳곳으로 퍼져 새로운 한류를 만들어내고 있다. 드라마 한 편에 담아놓은 우리 역사의 가치와 정체성을 세계인이 본다고 하니 보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올바르게 묘사하는 일이 더욱 절실하다. 그리고 화려하고 현란한 색감으로만 우리의 역사를 조명해내기 보다는 그 속에 드리워진 당시의 깊이 있는 색조의 무게를 담아내는데도 주력해야 한다.

일본 고대국가의 수도였던 아스카에는 백제에서 건너와 최첨단 방직 기술의 백제식의 옷을 만들었던 '쿠레즈히코'를 기념해 '옷의 신'을 모셔 둔 신사가 있다. 1,700여 년 전 고대 일본에 최초의 한류 돌풍을 일으켰던 백제 문화는 지금까지 역사 속에 가리워진 채 그 존재감이 미미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성백제박물관 개관특별전은 해상왕국으로 드높았던 고대백제문화의 세계성을 확인해볼 수 있는 장이 되리라 생각된다.

특히 직조 기술로 꽃을 피웠던 고대 백제의 유려한 직물들을 최초로 재현해냄으로써 일본 속에 살아 숨 쉬는 고대 백제문화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기존의 사극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중요한 체험의 장이 될 것이다.

이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어 시대의 거울인 사극이 보다 많이 제작되리라 예상된다. 여전히 허구와 사실을 놓고 어느 쪽이 맞는지를 저울질하기보다는 제작자는 역사적 책임감을 더 굳게 하고 대중은 사극이 역사의 전부라는 의식을 버려야 한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고, 역사 영웅이 시대를 뛰어넘어 전달하는 영감은 가슴에 담아두면 된다.

그리고 방송 제작자는 한반도 도래인들이 바다를 건너 당시 고대 일본 땅에 뿌려 놓은 직조·복식 제작술, 도자, 목조공예, 선박 축조술, 공부의 신왕인박사의 후손 이야기 등 역사·문화에 소양 있는 청년문화 육성을 위해 우리의 미래를 끌어갈 청소년과 대중들에게 전달할 뿌리 깊은 우리 고대의 이야기를 풀어내는데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채금석 숙명여대 의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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