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경찰 조사 반발 교사들 기분은 알지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경찰 조사 반발 교사들 기분은 알지만

입력
2012.02.09 12:02
0 0

학교폭력 사건에 관한 책임 때문에 교사들이 잇달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되고 조사를 받자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교원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다. 한국교총은 어제 경찰청 등을 항의 방문해 “학교폭력 문제를 학교와 교사의 잘못으로만 몰고 가는 것은 대다수 교육자의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교조 역시 “교권을 넘어 교사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안”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교육계의 반발은 국민 다수의 절박한 정서와는 괴리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사건은 2건이다. 하나는 여중생 A가 투신자살에 이르도록 담임교사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다른 한 건은 남중생 B에 대한 학교폭력을 막지 못하고 은폐했다는 혐의다. 여중생 담임교사 측은 “피해학생 부모가 사소한 다툼 등을 학교폭력으로 확대 해석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B군 학교 측도 “B군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고, 가해학생들에게 수 차례 구두 경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학생이 자살에 이른 상황을 ‘사소한 다툼’으로 보거나, 정신치료까지 받게 됐는데도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두 사건 모두 학부모가 수 차례 교사와 교장을 면담해 대책을 호소했는데도 비극을 막지 못한 것은 직무유기까지는 몰라도 안이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교원단체들은 경찰이 학교폭력 책임을 교사와 학교에만 전가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피해학생은 삶을 포기했고, 부모는 자식을 잃은 통한을 겪는다. 가해 학생들 역시 한없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의 대처가 적절했는지 따지는 것을 책임 전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교사 절대 다수의 성심과 노력을 믿지만, 학교폭력으로 비극이 발생한 경우엔 교사의 무관심과 안이함에도 책임이 크다고 본다. 지금은 면책 주장보다, 안이한 타성을 깨는 일대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 때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