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법안이 9일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방송을 비롯한 미디어 광고시장 전반이 지각변동을 맞게 됐다.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독점체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3년여 간 대체 입법이 표류하면서 위기에 처했던 지역ㆍ종교 방송 등은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종합편성(종편)채널의 직접 광고영업 보장 특혜 등을 놓고 논란이 여전하다. 전국언론노조는 바로 법 개정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통과된 법의 골자는 KBS MBC EBS를 공영 미디어렙으로 묶고, SBS 등에는 개별 미디어렙을 허용하는 '1공영 다(多)민영' 체제. 1981년 코바코 설립 이후 유지돼온 광고대행 독점 체제가 본격적인 경쟁 체제로 바뀌는 것이다.
이 법의 최대 수혜자는 SBS와 종편이다. SBS는 '지주회사의 미디어렙 출자 금지'에 따라 올 초 이미 영업을 시작한 미디어크리에이트 대신 SBS가 출자하는 민영렙을 새로 만들어야 하지만, 지상파와 케이블PP 간의 크로스미디어 판매 허용까지 덤으로 얻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공영렙에 묶인 MBC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MBC는 전날 '뉴스데스크'를 통해 "MBC의 손발을 묶어버리고 종편에 날개를 날아준 특혜"라고 비판했다. 앞서 MBC는 법 통과시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종편의 경우 미디어렙 포함이 승인일로부터 3년간 유예돼 2014년 상반기까지는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다. 더구나 이번 법은 방송사의 미디어렙 1인 지분을 최대 40%까지 허용, 종편이 향후 미디어렙을 설립하더라도 사실상 자회사나 다름없이 운영할 수 있게 된다. SBS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방송 보도 및 편성과 광고영업을 분리함으로써 자본의 방송장악이나 유착을 막는다는 미디어렙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법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중소방송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등을 확보하기는 했지만 상당수 핵심 사항들이 여아 협의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왜곡됐다"면서 "당장 전면 개정 투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에 언론노조의 요구안을 총선 공약화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혀 총선을 앞두고 미디어렙법이 다시 쟁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법 통과 직후 "코바코의 독점이 경쟁체제로 전환되어 방송광고시장이 활성화될 전기가 마련됐다"며 "미디어렙법 시행을 위해 시행령 및 고시를 조속히 제정하고 기존 코바코를 승계하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를 5월 말까지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