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을 미끼로 예금가입을 강요하는 이른바 ‘꺾기’(구속성 예금) 관행이 은행권에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서민은행을 자처하는 국민은행이 가장 심했다.
9일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은행들의 꺾기가 1,00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이 601건 135억원으로 압도적 1위였고, SC은행(78건 24억1,400만원)과 광주은행(127건 16억2,500만원)이 뒤를 이었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73건에 6억여원의 꺾기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8건과 1건으로 적었지만, 이는 금감원의 종합검사결과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어서 실제 꺾기는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의 꺾기는 주로 적금에 적용된 경우가 많아 고객들의 원금손실 위험이 없었으나, 최근엔 적립식펀드 등 투자형 상품을 유치하는 데 적극 동원되고 있다. 대출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들 상품에 가입한 서민과 중소기업들이 원금손실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은행들의 꺾기 행위는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느슨한 감독과 제재 탓에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남희 금소연 사무총장은 “대출신청자의 가족명의로 예금을 강요하고 대출 전후 한달 정도 시간차를 두는 등 은행들의 꺾기 행태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며 “신고포상제 등을 도입해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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