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을 변화시키겠다’는 초심에서 벗어난 행보를 하고 있다. 최근 3일 동안에만 슈퍼정치행동위원회(슈퍼팩)에 대한 비판 철회를 비롯, 그의 흔들리는 소신을 보여주는 사례가 4개나 공개됐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신념을 굽혀 표를 얻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논란 속에 출간된 는 오바마와 부인 미셸이 4년 전 대선에 출마한 이유를 사명감으로 설명했다. 책은 “그들은 대통령이 되면 위대한 일을 할 것이란 생각에서 출마를 결정했다”며 “미셸은 남편이 실질적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믿었다”고 적었다. 4년이 흐른 지금 그는 현실과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
백악관은 원치 않는 임신을 막고 여성건강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피임약을 건강보험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잖아도 정부 지원금 감소로 불만이 쌓여 있던 가톨릭계가 이 조치에 반발하고 나섰다. 공화당은 이 정책이 반종교적이라며 종교의 자유와 결부시켜 공격했다. 반발이 예상외로 커지자 백악간은 한 발 물러서 절충안을 찾고 있다.
오바마는 4년 전 투명한 정치를 위해 로비스트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약속과 달리 오바마 선거캠프는 등록된 로비스트에게서 20만~50만달러의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전했다. 오바마 선거캠프는 멕시코의 카지노 업자로부터도 20만달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돌려주었다.
현실에 굴복한 오바마의 모습은 슈퍼정치행동위원회(슈퍼팩)를 통한 정치자금 모금을 비판하다가 지지키로 한데서 확연해진다. 2010년 미 연방대법원은 기업 등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광고의 비용에 제한을 두지 못하도록 판결해 슈퍼팩에 날개를 달아줬다. 오바마는 즉각 선거가 이익집단에 좌우될 수 있다며 이 결정을 강력 비판했다. 그의 예상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을 거치면서 적중했다. 상대 후보를 비난하는 내용이 99%인 공화당 경선 슈퍼팩 광고는 유권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석유재벌 코크 형제, 공화당 전략가 칼 로브 등은 슈퍼팩을 통해 5억달러를 조성해 놓고 반 오바마 광고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긴장하던 오바마 진영의 선택은 결국 공화당과 같은 슈퍼팩의 활용이었다. 오바마 선거캠프 책임자인 짐 메시나는 “공화당은 슈퍼팩의 덕을 보는데 민주당만 일방적으로 무장 해제 당할 수는 없다”며, 오바마가 입장을 번복한 이유를 현실론으로 설명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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