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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직무유기 신세까지 될라…" 담임 기피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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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직무유기 신세까지 될라…" 담임 기피 확산

입력
2012.02.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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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A고 이모 교장은 6일 교직원회의에서 공들인 연설을 했다. "교직생활을 돌이켜 보면, 그래도 가장 보람을 느꼈던 해는 담임교사를 맡았던 해였습니다. 지금도 성공해 찾아오는 제자들은 담임 반 아이들이고…."

그가 초임교사 시절까지 되짚으며 제자들의 성공기를 장황하게 웅변한 것은 전체 50학급 중 절반도 채우지 못한 담임교사 희망자를 구하기 위해서다. 이 교장은 "업무가 많아 원래 지원이 적지만 올해처럼 적기는 처음"이라며 "밀어붙이는 것도 한계가 있어 감동작전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교사 수가 100명이 넘는 A고 담임 희망자는 8일까지 20명에 불과했다.

각 학교가 새 학기 담임교사 배정에 애를 먹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폭력근절대책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중학교에서 복수담임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2명은커녕 한 사람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 유난히 담임기피가 심각해진 것은 학교폭력 해결에 대한 담임교사의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기 때문. 서울지역 초중고교의 경우 대부분의 학교가 종무식을 치르는 15일까지 담임교사 배정을 마무리해야 하고, 이를 위해 이달 6~8일 희망학년 접수를 받았지만 담임 수의 반도 채우지 못한 학교가 수두룩하다.

최근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 담임교사가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된 서울 B중은 50개 학급에 담임 신청자가 20여명에 그쳤다. 강모 교장은 "지금까지 4년 연속 담임을 맡은 경우, 출산을 앞둔 경우가 아니면 무조건 해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해 왔는데 올해는 병원진단서까지 들고 와 '도저히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교사들이 나와 기간제 교사들을 설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C중 역시 83명 교사 중 9명만이 담임에 자원했다.

거의 모든 교사가 담임을 맡을 수밖에 없는 초등학교에서는 생활지도가 어려운 고학년만은 어떻게든 피하겠다는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서울 D초 유모 교장은 "전체 약 50명 선생님 중 6학년 담임에 지원한 분은 딱 1명이었고, 그나마도 3지망이었다"며 "인사위원회에서 강제배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정부와 경찰의 방침은 교사들을 부담과 회의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상황은 그대로인데 책임은 무한히 늘어나고, 자칫 경찰 수사의 화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인성영역 생활기록부 기록 ▦담임 부담임 역할 분담 등에 대해 명료한 기준과 매뉴얼 없이 담임교사의 재량에 내맡겨지면서 일단 피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A고 이모 교장은 "오히려 가장 고된 고3 담임 신청자가 많은 것을 보면 교사들이 무조건 힘들어서가 아니라 보람이 없고 비난만 짊어지는 꼴이 돼 도망가려는 심리가 강하다"고 말했다. B중 강모 교장은 "정말 성실하다고 알려졌던 동료 교사가 직무유기로 경찰에 입건까지 되는 모습을 보더니 사명감 있던 교사들도 위축됐다"며 "지금도 1주일 수업시수 20시간에 담임 업무에 시달리는데 경찰수사까지 들먹이면 누가 담임을 맡고 싶겠냐"고 한탄했다. 담임 수당 월 13만원은 전혀 유인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 S초 이모 교사는 "학교 간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비교되면서 성적이 낮은 학교는 겨울방학에도 학생들을 불러 보충수업을 했다"며 "체험활동도 다 취소하고 공부에 매달렸는데 그간 담임교사가 인성교육에 소홀했으니 앞으로 잘하라는 식의 정부 대책이 나와 맥이 풀렸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완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 수석부회장 등은 교사 입건에 항의, 이날 오후 양천경찰서를 방문해 항의서를 전달했으며, 한국교총도 9일 항의 방문을 할 예정이다. 전교조도 성명을 내고 "경찰과 정부 당국은 학교 폭력 문제를 교육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원칙을 세우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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