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어제 "재협상을 통해 독소조항을 수정하지 않으면 19대 국회와 정권교체를 통해 한미 FTA를 폐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어 이른바 10대 독소조항의 수정을 요구하는 서한을 미국의 버락 오마바 대통령과 상ㆍ하원 의장에 발송했다.
한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찬반 논쟁이 격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한 대표가 노무현 정부의 총리일 때 한미FTA 협상을 독려하고 극렬한 반대시위를 경고한 발언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다. 한 대표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한 입으로 두 말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비판이 사실관계에서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말 바꾸기가 한미FTA 수정 요구에 대한 판단 준거가 될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어떻게 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다.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으로 이익균형이 훼손됐다는 점,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개방과 세계화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가설이 붕괴됐다는 점 등 민주당의 사정 변경론에도 일리가 있다. 온갖 독소조항을 다 받아들이면서 확보했던 자동차 관세 2.5% 폐지도 재협상을 통해 5년 유예됐다는 비판도 틀리지 않는다. 실제 한ㆍEU FTA 체결 이후 지난해 7~12월의 대EU 흑자가 전년 대비 61억8,000만 달러가 줄어든 7억4,000만 달러에 그쳤다. 'FTA=선'이라는 등식이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태도에는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반성이 없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독소조항 중 재협상 때 이루어진 자동차 세이프가드, 자동차 무관세 5년 유예 외에 투자자-국가제소(ISD), 네거티브 리스트, 역진 방지, 금융 세이프가드 등 대부분은 노무현 정부 시절 합의된 내용이다. 당시 내용을 잘 몰랐다지만 이런 반성조차 정동영 의원만 했을 뿐이다. 제대로 수정과 폐기를 요구하겠다면 한 대표를 비롯 민주당 전체가 참회록부터 써야 한다. 아울러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경제가 계속 성장하기 위한 대안과 출구를 제시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와 클린턴 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을 채택할 때 페리 프로세스라는 2년여의 절충기간이 있었음을 상기해보면, 한미 간 중요한 정책의 수정에는 보다 신중함과 정교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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