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 첫 비교포 외국인 교수가 이달 말 정년 퇴임한다. 2001년 전임교수로 임용됐던 데미언 무가빈(65) 조경ㆍ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다. 무가빈 교수 이전까지 서울대가 뽑은 외국인 교수는 모두 교포 출신 외국 국적 보유자였다.
최근 고국 호주로 돌아간 무가빈 교수는 개인 사정 탓에 2004년부터 4년여 간의 공백은 있었지만 7년 간 서울대에 적을 뒀다. 처음부터 녹록한 것은 아니었다. 2001년 초임 교수 시절 수원캠퍼스에서 숙소 마련에 어려움을 겪다 여학생 기숙사 한쪽에 방을 얻어 지냈던 경험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놓기도 했다.
무가빈 교수는 "지난 10여년간 외국인 교수들을 둘러싼 서울대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2000년대 초와 달리 이제 학내 어디서나 영어를 접할 수 있는 데다 80명이 넘은 외국인 전임교수들이 학과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도 참여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좀 더 열린 곳이 돼야 세계 유수 대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했다. 아직도 외국인 연구자들이 의무적으로 한국어를 배워야 하고 한국 학생을 연구생으로 키우기도 쉽지 않은데, 이런 배타적 환경이 국제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가빈 교수는 "그래도 서울대의 미래가 밝은 건 뛰어난 학생들 덕"이라고 말했다. "근면성으론 정평이 나 있는 한국 학생들이 점차 적극성마저 갖춰가고 있다"며 "우수한 여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도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칭찬했다. 조경계획ㆍ설계 분야 전문가인 그는 앞으로 한국에서 접한 풍경을 연구에 반영하고 한국의 아름다움을 호주에 알리는 한국 홍보대사 역할을 할 계획이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