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우후죽순 생산하며 걸러냄 없이 사용하는 각종 영어식 정체불명의 표현에 대해 좀 더 신중했으면 합니다. 한국일보는 그나마 덜해서 좋아하는데 이번에 소개된 '싱글마던트'(공부하며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엄마)라는 신조어는 한글 표현이나 풀어 쓰기에 대한 고민 없이 만들어진 것 같아 아쉽습니다"(한국일보 2월 6일자 1면 '싱글마던트 오늘도 남몰래 운다' 제하의 기사에 대한 @enjinsung님의 의견입니다.)
@enjinsung님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저희도 기사가 나가기 전 이 용어를 놓고 고민이 많았습니다. '대학생 미혼모'로 표현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엄마(mother)와 학생(student)이라는 뜻의 영어를 합성한 '마던트'라는 용어가 이미 사용되고 있는 점을 감안, 미혼모인 이들의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싱글마던트'라는 새 용어를 만들어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을 '슈퍼맘'이라고 부르거나, 직장인 미혼모를 '싱글맘'이라고 부는 것과 대비되는 용어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특히 단순히 미혼모 중 대학생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대학생 미혼모'라는 용어보다는 이들의 남모를 아픔을 드러내기에 이 용어가 더 적절하다고 보았습니다. 기사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들은 미혼모이면서 동시에 대학생인 탓에 육아와 학업은 물론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또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원과 관심을 받고 있는 10대 미혼모나 최소한 학업이라는 짐만큼은 벗어 던진 직장인 미혼모 사이에 끼어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생활고, 학업 부담은 누구보다 절박한 상황입니다. 남편이나 가족 같은 든든한 울타리가 없을뿐더러 학업을 마치지 못 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한 것이 현실입니다.
다소 생소한 용어가 오히려 이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기사를 통해 알리고 싶었던 것은 미혼모 중에는 대학생으로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공부하며 꿈을 키워 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정부 당국도 미혼모 지원책을 뭉뚱그려 마련할 것이 아니라 연령, 직업 등으로 세분화해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역설적으로 이 용어에 대한 궁금증 덕분에 더 많은 관심을 모을 수 있었고, 이들을 돕겠다고 나선 분들도 많았습니다. 이제 이들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더 좋은 우리말 용어가 무엇일지 고민하는 사회적 논의도 함께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