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아버지가 담임교사 등이 직무유기를 했다며 진정서를 제출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양천경찰서가 같은 이유로 교사를 불구속 입건한 데 이어, 교사에게 학교폭력의 책임을 묻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8일 "모 중학교 1학년 A(13)군의 아버지(49)가 이 학교 교장과 담임교사 등이 학교폭력을 은폐했다며 지난달 20일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A군의 아버지는 경찰에서 "아들이 지난해 5월초 담임교사 면담을 통해 폭행 사실을 알렸는데도 학교 측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담임교사와 교장이 학교폭력을 사전에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아들이 학교폭력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고 현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A군 사건을 수사, A군이 중학교 입학 직후인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학교 교실과 지하주차장 등에서 B(13)군 등 7명으로부터 100여 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B군 등은 A군의 바지를 벗기고 전동 장남감으로 성기에 충격을 가했다는 사실도 드러났으며, A군은 이 같은 사실을 일기장에 기록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 지난달 말 형사미성년자인 B군 등 7명을 서울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했다.
A군의 담임교사와 교장은 당시 경찰 조사에서 "A군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고, B군 등에게 수 차례 구두 경고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진정서가 접수됨에 따라 이 학교 교장과 담임교사 등 피진정인 4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려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충분히 조사한 뒤 혐의가 인정되면 입건할 방침"이라며 "그러나 형법상 직무유기죄의 경우 적용 범위가 좁고, 학교폭력및예방에관한법의 경우 (교사) 처벌 규정이 없는 만큼 조사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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