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달 30일 내놓은 '뉴타운 출구전략'파장이 만만치 않다. 서울 지역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대상 1,300여곳 가운데 시행인가 이전 단계에 있는 610곳에 대해 실태조사와 함께 주민의견을 수렴한 뒤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 대책의 골자다. 뉴타운 재정비 대상 지역의 절반 가량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되면 이명박 대통령이 2002년 서울시장 재임 당시 시작된 뉴타운 사업은 10년만에 해체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서울의 뉴타운 정책은 논란이 적지 않았다. 재개발 찬반을 놓고 양분한 주민간의 갈등,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원주민 재정착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유자 중심의 뉴타운 정책이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서울시가 대책을 내놓긴 했으나 벌써부터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사업중단에 따른 매몰비용 부담과 재정비 사업 중단에 따른 주택공급 부족, 또 그로 인한 주택가격 상승이 우려된다. 개발 기대감으로 형성된 가격거품의 붕괴에 따른 시장 혼란 등도 무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일종의 새 뉴타운 정책이 제시된 만큼 이를 가다듬고 보완하는 노력이 더 시급해졌다"고 지적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 강남북 격차 해소·도시기능 회복 간과, 주민 피해 보상·매몰비용 마련도 난제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흐른 시점에 서울시는 소위 박원순식 뉴타운 대책이라 불리는 ‘서울시 뉴타운ㆍ정비사업 신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사람이 우선되는 도시개발,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방향에 반대를 표하는 사람은 없겠으나, 이 정책의 실행으로 인해 야기될 혼란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박원순식 뉴타운 대책은 세입자 대책과 갈등 조정을 위한 노력 그리고 대안적 정비사업 제시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뉴타운 해제를 용이하게 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전문가들이 특히 우려하고 있는 대목은 뉴타운 해제 관련 정책이다. 즉 가뜩이나 불안한 시장상황에서 기존의 재정비를 통한 물량공급 지체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전문가들 사이에 확산하고 있다. 대상지역 소유자의 경우 부동산 가치 하락 염려로 전전긍긍하고 있고, 서울시는 지금까지 사업진행에 소요된 매몰비용의 처리문제와 향후 발생할 주민들의 피해보상요구 등에 고민이 깊다. 향후 상당한 갈등 조정비용이 예상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도시재정비의 목적에 대한 재고와 선진국의 동향, 서울시의 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먼저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 등을 포함한 도시재정비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도시재정비의 목적은 도시기능의 회복, 주거환경 개선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강북과 강남의 격차 해소로 균형 발전 도모 목적이 추가된 것이 서울시 뉴타운 정책이다
이에 비추어 금번 정책을 보면 주거환경 개선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도시기능의 회복과 강남ㆍ북간의 격차 해소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결국 대상지마다의 특성과 재정비 목적 차이 등을 감안한 다양한 사업방식이 필요한데, 기존의 사업방식을 부정하고 새로운 사업방식을 강요하는 느낌이 강하게 남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다음으로 도시 재정비를 우리보다 먼저 경험한 선진국의 동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60년대부터 철거재개발로 인한 문제점을 깊게 인식하고, 이미 수복(收復)재개발 방식(전체 계획 수립 뒤 점진적 개발)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 이 과정에서 세입자들에 대한 대책도 강화됐다. 이러한 방향 전환의 바탕에는 선진국들의 경우 주택수요가 어느 정도 충족돼 대규모 철거 수요가 적었던 점도 감안됐다.
금번 서울시의 대책도 철거재개발 방식의 탈피를 추구했다는 점에서는 진일보한 정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선진국 동향을 볼 경우 미비한 점이 많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재정비를 하나의 경제활성화 사업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고용창출을 강조하는 경향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위해 2005년 미연방대법원의 켈로 판례에서와 같이 공공의 개입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미국의 움직임도 새로운 경향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이에 대한 고려가 수반되어야 했다. 마을 만들기 등과 같은 소규모 주거재생사업에만 치우친 것은 아쉬운 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울의 현실과 관련, 이번 정책이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 서울의 주택수는 대략 340만 채 내외로, 이중 80%가 향후 10년 이내에 재개발 혹은 재건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마어마한 물량이 재정비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물량이 일률적인 사업방식으로 과연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대안적 정비사업방식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도 일부 특수한 사례에 가깝고,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라 향후 발생할 수요에 대한 적극적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
서울은 세계적 규모의 거대 도시로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는 도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획일성이다. 아무쪼록 일률적인 획일성을 넘어선, 다양성이 확보된 도시로의 진화를 위한 다양한 재정비 수법으로 보완되기를 바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거주자 중심 재정비 전환은 새 이정표, 마을공동체 활성화 등 대안도 수두룩
1월 30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후 3개월간의 경청과 토론과정을 거쳐 '서울시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소유자 중심, 사업성 기준의 전면 철거형 정비사업을 거주자 중심, 주거권 기준의 공동체·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뉴타운·재개발사업으로 고통 받는 시민들에게 시정책임자로서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다. 용산참사 3주기를 맞이해 유가족들에게 사과를 한지 10일만에 재정비사업과 관련하여 또다시 사과를 한 것이다. 이로써 2002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시작하였던 뉴타운 정책은 10년 만에 후임 서울시장이 공식적으로 잘못된 사업임이 확인되었고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마련하게 됐다.
이번 대책은 우리나라 재정비사업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주민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만 서울시가 팔짱행정을 넘어 적극적으로 정비사업의 출구방향과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는 점이다. 둘째, 재정비사업의 대상과 주체를 소유자에서 거주자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물론 법률 개정이 뒤따라야 하겠지만 과거 세입자도 조합원으로 참여했던 참여조합원 제도의 복원이 기대된다. 셋째, 재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세입자나 영세조합원에 대한 주거권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점이다.
일부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뉴타운 지구 해제시 주민들간의 갈등 유발, 사업중단에 따른 매몰비용 부담, 재정비 사업의 중단에 따른 주택공급 부족 문제 등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서울시가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으면 사업성 부족이나 주민들간의 갈등 때문에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없는 지역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물론 이번 서울시의 정책발표에도 미흡한 부분이 있다. 우선, 이번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 소요되는 재정규모 추정과 조달방안이 빠져 있다. 사업중단 구역에 대한 매몰비용이나 대안적인 정비사업 지원을 위해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서울시가 부담할 금액을 우선 제시해야 한다. 또한 전면 철거형 정비사업을 공동체와 마을만들기 중심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실행모델과 추진방안은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이번 대책이 실효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출구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세밀한 계획 수립과 재원 마련, 중앙정부의 지원과 국회의 관련 법률 개정 등이 뒤따라야 한다. 우선, 서울시는 뉴타운·정비사업 전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행함에 있어서 객관성과 공정성이 보장되도록 조사항목과 대상, 조사주체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조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성 시비가 이후 사업추진 과정에서 분쟁의 소지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서울시가 제안한 매몰비용의 보상비용 요청에 대해 민간사업임을 들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서울시 등의 지자체와 의견을 조율, 지난 연말에 국회에서 개정한 법률에도 추진위원회 단계에 대해서는 시·도조례를 통해 매몰비용을 보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합 설립 이후 단계 사업에 대해서 민간사업이라고 보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논리가 궁색하다. 이와 아울러 국토부의 반대로 개정법률에 포함되지 못했던 동절기 강제퇴거 금지, 지자체 주도의 정비사업 주민찬반 조사 실시, 재정비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 확대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뉴타운·정비사업의 출구전략이 실효성을 띠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재정비사업에 대해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주민들은 비용 한푼 들이지 않고 낡고 작은 집을 넓은 새집으로 바꿀 수 있었던 과거 부동산 시장 팽창시기의 기억과 미련을 빨리 버려야 한다. 부담능력을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 위주의 재정비방식외도 주거환경관리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마을만들기 사업 등 다양한 정비방식을 적극적으로 비교해 보아야 한다. 뉴타운·정비사업으로 큰 돈 버는 시대가 갔다면, 이제는 마을 단위에서 주민참여와 일자리, 복지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새로운 정비방식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한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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