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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학교폭력 대처 직무유기… 법적 잣대 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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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학교폭력 대처 직무유기… 법적 잣대 애매"

입력
2012.02.0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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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학교폭력에 적극 대처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교사에 대해 최초로 사법처리에 나서자 법적 책임 범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경찰청이 일선 경찰서에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할 경우 교사의 직무유기에 대해서도 적극 수사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교육계와 법조계에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발생한 서울 양천구의 모 중학교 여학생(당시 14세) 자살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20일 양천서에 공문을 보내 담임교사의 책임을 수사해 직무유기로 판단되면 형사입건 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고 7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담임교사는 학교폭력 발생 사실을 알고도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지 않았고 자살한 학생의 부모가 교장을 5차례나 찾아가 면담했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교사로서 직무를 유기했다고 판단돼 형사입건해서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재 이 교사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다.

그러나 교사의 직무유기를 판단할 잣대가 애매해 경찰의 교사 입건조치에 논란이 일고 있다. 형법상 직무유기죄를 적용하려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행위를 하지 않은 점이 명백히 입증돼야 한다. 그런데 학교 측은 "자살한 학생 부모가 교사를 찾아온 것은 지난해 4월 한 차례뿐이고, 면담 후 학생부장이 특별지도에 나섰다"며 "이후에도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담임이 신경을 써줘 아이가 좋아졌다고 부모가 고맙다는 말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직무유기가 아니었다는 해명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이광철 변호사는 "형법상 직무유기란 공무원이 자신의 의무를 '의식적으로' 하지 않았을 때 해당한다"며 "직무상 실수 혹은 업무를 게을리하거나 소홀히 한 경우는 직무유기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학생이 교사를 찾아와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는데도 교사가 '너는 당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등 의도적으로 책임을 방기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교사의 직무 범위도 법에 정해져 있지 않다. 초ㆍ중등교육법에는 '교사는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고만 돼있을 뿐이다. 입건된 교사가 학생 교육 직무에 소홀했다고 규정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반면 경찰은 "학교폭력 예방 및 처벌에 관한 법률에 교사가 폭력 사건을 인지하면 학교장에 보고하고 사실관계를 조사하거나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반박한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수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교사는 "담임교사로서 법적 책임보다 훨씬 더 큰 도의적 도덕적 책임을 느끼고 있을 터인데 법적 잣대를 들이대 재단하는 게 바람직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손충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교사의 직무유기 여부를 법적으로 판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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