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 건 전북 전주시의회였다.
조례를 통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유통산업발전법이 작년 말 국회를 통과한 이후, 각 지방자치의회들은 사실 눈치만 봐왔다. 영업을 제한하자니 소비자들의 불편이 예상되고, 그렇다고 법까지 통과됐는데 모른 체 하자니 지역 전통시장상인과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결국 전주시의회가 첫 단추(월 2회 일요일 휴무 조례)를 끼움에 따라, 전국적이든 국지적이든 확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형마트ㆍSSM의 영업시간규제는 지역 소상공인의 이익과 소비자의 이익이 정면으로 충돌할 수 밖에 없어, 이를 둘러싼 갈등은 쉽게 진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주시의회를 비롯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측은 "법 취지를 살리려면 휴무일을 반드시 일요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트와 SSM에 설 땅이 사라진 소상공인을 보호하려면 반드시 휴무를 강제해야 하며, 휴무일도 평일로 지정할 경우 재래시장 매출증대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대형마트 측은 주말쇼핑이 필수적인 맞벌이부부 등 소비자도 고려해야 하며, 원칙적으로 휴무는 자율에 맡기되 꼭 쉬워야 한다면 ▦월요일 등 평일로 지정하거나 ▦일요일일 경우 월 1회 정도로 한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전주시민 65만명 중 7만~8만여명이 대형마트와 SSM을 이용한다는 통계가 있다"면서 "일요일 휴무를 강행하면 소비자의 불편이 이만 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12년은 '전0라북도 방문의 해'인데 관광객들도 대형마트 휴무로 인해 많은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형마트에 입점한 임대매장 매출이 급감하고 더불어 대학생 주말 아르바이트 등 고용도 급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6, 7일 전주시의회 앞에서는 대형마트에 입점한 소상공인 150~200명이 조례 통과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대형마트와 소상공인이 아니라, 소상공인과 소상공인간의 갈등 조짐마저 엿보이고 있다.
사실 전주시의회는 좀 특별한 경우다. 오래 전부터 유통법 개정을 주장해왔고, 이번 조례통과를 주도한 조지훈 전주시의회 의장 등은 무려 103일 동안이나 대형마트 앞에서 영업시간제한 등을 요구하며 천막농성도 했다.
때문에 대형유통업체들은 전주시의회의 조례 제정이 타 지역까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전주시의회가 스타트를 끊은 만큼, 지역상공인 보호가 더 시급한 지방쪽을 중심으로 제2의 조례제정이 나오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대형마트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대도시 쪽 지방의회들은 좀 더 고민이 깊다. 광주광역시 관계자는 "솔직히 각 주체들이 서로 눈치만 보는 상태라 조례 제정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전주시 조례에 대해서는 지자체마다 입장이 다른데 소상공인 보호도 매우 중요하지만 시민인 소비자 편리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관계자도 "서울시는 맞벌이 부부도 많아 소상공인뿐 아니라 소비자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시행령이 만들어진 뒤 조례를 제정하면 4월은 되어야 결정날 것 같다"고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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