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사라진 전통 문화와 지식이 일본 오사카(大阪) 츠루하시(鶴橋)에 살아 숨쉬고 있다. 손바닥만한 전을 빚어 한가운데 돼지의 간을 올린 돼지간전, 밀가루에 막걸리를 부어 쪄낸 상애떡, 참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튀긴 기름떡 등 제주의 전통 제사상에서 사라진 지 오래인 이 음식들이 츠루하시에 가면 지금도 제사상에서 명맥을 잇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과 강신호 세명대 교수팀이 7일 공동 발표한 제주도와 오사카 츠루하시 지역의 '자생생물 전통지식 조사ㆍ연구'에서 확인됐다.
이처럼 일본에 제주의 전통문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일제 강점기 때 생계를 위해, 또 4ㆍ3사건 당시 정치적 탄압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간 제주 출신 동포들이 전통을 잊지 않고 면면이 이어온 덕분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지역의 동포들은 술에 담근 약모밀을 이용한 화장수, 쑥찜을 이용한 티눈치료법 등 제주의 전통 지식도 고스란히 전승하고 있었는데 이 역시 오늘날 제주에서는 이미 사라져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다.
제주 토박이이자 현지조사에 참여했던 송관필 박사는 "60년 전 츠루하시에 자리잡은 한인 1세대의 70~80%가 제주 출신이어서 현지에는 일본어와 제주 방언을 섞어 쓰는 동포를 흔히 볼 수 있었다"며 "이 지역은 제주와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동포들의 경우 오히려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역시 어릴 적 먹었던 음식과 옛 풍습들을 제주보다 더 잘 간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제주도에서도 100여곳의 마을과 6곳의 전통시장을 돌며 노년층과 부녀회장, 마을 이장 등을 통해 자생생물의 전통활용 지식 2,300여건을 확보했다. 과거 제주 사람들은 두툽상어의 기름으로 등잔불을 밝히고, 흰독큰갓버섯으로 곤충을 퇴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조사된 자생생물은 조류 110종과 균류 24종, 식물 360종, 동물 64종 등 총 558종이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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