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4ㆍ11 총선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우선 상당수 중진들의 총선 불출마를 유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 대선 승부에 전념하기 위한 수순이기도 하다.
박 위원장은 위기 상황에 빠진 당의 총선 진두지휘를 맡은 만큼 스스로 지역구에 불출마함으로써 인적 쇄신의 물꼬를 트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향후 공천 과정에서 대대적 물갈이를 예고한 셈이다. 또 총선 지원 유세에 나서기 위해서는 지역구(대구 달성)에 매달릴 수 없다는 현실적 상황도 감안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불출마 의사를 밝히는 기자간담회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목이 메었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1시간 사이에 세 번 눈물을 보였다. 전날 지역구인 대구를 찾았던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로 찾아온 지역주민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연방 휴지로 눈물을 닦아냈다.
박 위원장은 이종진 달성군 당협 수석부위원장 등 당협 관계자 6명을 면담한 뒤 지역구 불출마 선언을 했다. 면담을 끝내고 10여 분 동안 홀로 숙고의 시간을 가진 박 위원장은 고향으로 발길을 돌리는 지역주민과 작별 인사를 하면서 또 한 번 눈물을 훔쳤고, 곧바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을 보여야 했다.
이에 따라 박 위원장의 총선 선택지는 비례대표 후순위 출마와 총선 불출마 등 두 가지로 좁혀졌다. 당내에선 박 위원장이 비례대표 후보로도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비례대표로 출마할 경우 순번 문제로 또 한 차례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총선 전략상 불출마보다는 비례대표 후순위로 나서는 게 더 유리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 위원장이 비례대표 23~25번 정도의 말번에 배치될 경우 그의 당선을 위해 지지자들이 대거 투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위원장의 지역구 불출마로 친박계는 물론 영남권 중진들의 ‘용퇴론’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동안 당내에선 고령ㆍ다선 의원들이 용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지만 당사자들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다수가 친박계라는 점에서 박 위원장의 지역구 불출마는 다른 중진들의 용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당의 한 초선 의원은 “용퇴 여부를 고민하던 중진 의원들도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몽준 전 대표나 이재오 의원 등 당내 다른 대선주자들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현재 정 전 대표나 이 의원은 서울의 지역구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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