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방한한 압둘라예 와데 세네갈 대통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조성 중인 판교신도시 건설현장을 둘러보며 "원더풀(wonderful)"을 연발했다. 급속한 산업화로 도시 인구가 팽창하면서 신도시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하던 그에게 판교는 '꿈의 신도시'였다. 얼마 뒤 LH는 세네갈 정부에게서 신도시 마스터플랜을 세워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한국형 신도시가 아프리카와 중동, 동남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 수출되고 있다. 신도시 설계는 물론 인프라 조성, 시공, 관리 및 운영까지 통째로 맡는 대형 프로젝트인 경우가 많다. 그만큼 해외에서 우리 건설업체의 신도시 개발능력을 높이 평가한다는 뜻이다.
사실 우리처럼 단기간에 신도시를 많이 건설해본 경험이 있는 나라도 드물다. 분당, 일산, 평촌, 산본, 판교, 동탄 등 숱한 신도시 건설에서 축적한 경험과 첨단 아파트 시공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 2~3년 간 주택경기 부진에 시달려 온 국내 건설업체들에겐 해외 신도시 수출시장 확대가 가뭄 속의 단비와도 같다.
7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 개발국가의 신도시 건설현장이 글로벌 건설사들의 각축장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 국가와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권 신흥국을 중심으로 2050년까지 인구 20만명 이상의 신도시를 1만3,000곳 이상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지역의 도시인구가 전체 인구에 비해 2.5배나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급속한 도시화를 감안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건설사들이 신도시 개발시장에 앞 다퉈 진출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의 '신도시 수출 1호'는 베트남 하노이 인근 떠이호떠이 신도시. 2006년 1월 투자허가를 받은 대우건설이 올해 상반기 중 토지보상을 마무리하고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노이 도심에서 6㎞ 떨어진 부지에 주택, 호텔, 정부청사, 오페라하우스, 종합병원, 국제학교 등 베트남 핵심 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포스코건설도 올해 하노이 북안카잉 신도시에서 2단계 분양에 들어간다. 경남기업과 태영ㆍ한양건설 등은 북부아프리카 알제리에서 6억5,200만달러 규모의 신도시 기반시설 건립 공사를 벌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인근에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현대건설, SK건설, 건원건축, 도화엔지니어링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1만가구의 주택을 짓는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우리 기업들은 분당ㆍ일산 신도시 등을 고속 개발한 경험을 토대로 선진국 기업의 절반 정도인10년 미만의 단기 사업 모델을 선보여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해외 신도시 건설사업은 초기 자금부담이 만만치 않은데다 발주 국가의 건설행정제도가 너무 복잡해 건설사 입장에선 위험요인도 상당하다. 예컨대 대우건설의 하노이 떠이호떠이 신도시 개발사업은 2006년 사업승인 이후 6년 만에 본궤도에 올랐고, STX건설이 추진하는 가나 20만가구 주택건설 사업은 현지 법인장의 공금횡령 및 공문서 위조 등의 불법 행위로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때문에 정부가 직접 나서 현지 법ㆍ제도, 리스크 등의 시장 조사를 지원하는 등 민관협력 시스템을 시급히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도시 개발사업에 대한 표준 시나리오와 사업모델을 공유해 건설사들의 초기 부담 비용을 줄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해외 신도시 개발은 단순한 토목ㆍ건축 사업이 아닌 도시 하나를 통째로 수출하는 것이라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상품"이라며 "정부가 좀더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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