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양천경찰서 브리핑룸. 경찰은 지난해 11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학생 A양의 담임교사를 학교폭력을 방관한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경찰은 또 "A양을 16차례나 폭행한 혐의로 입건한 B군 등 동급생 8명의 죄질이 나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경찰의 발표에서 의문이 가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경찰 설명대로라면 A양을 폭행한 동급생 8명의 행위는 용서할 수 없겠지만, B군 등의 상습폭행 혐의에는 '물을 뿌렸다'(폭행), '빼빼로 3통을 가져갔다'(절도), '휴대폰을 숨겼다'(절도)는 것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역시 괴롭힘의 형태지만 죄질이 나쁘다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만한 수준으로 보기에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서로 싸우다 머리채를 잡힌 경우는 있었지만 집단구타 같은 심각한 폭행 행위는 혐의에 들어있지 않다.
법원이 B군 등 3명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도 "폭력의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런데도 경찰은 "혐의를 받고 있는 아이들의 부모가 변호사를 8명이나 선임했다"는 엉뚱한 핑계를 댔다.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더욱이 어린 학생들이다.
물론 학교폭력은 뿌리를 뽑아야 한다. 일벌백계도 중요하다. 가장 큰 피해자는 자살한 A양과 그 가족이다. 경찰이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철저한 수사를 벌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의의 이름으로 또 다른 억울함을 낳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 때문에 피해자 유족과 학교, 학생들 사이에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인데도 경찰이 10대 중학생들에 대해 구속 수사를 추진하고, 교사를 직무유기 피의자로 몰아가는 데 무리함은 없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혹 학교폭력 강경 대처 분위기에 맞춰 냉정을 잃지는 않았는지, 되짚어보기 바란다.
이동현 사회부 기자 nan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