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의 윗선 개입 사실을 양심 고백한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40)씨가 당시 새누리당 의원 십 수명에게 돈 봉투가 건너간 것으로 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주 소환 조사에서 이같이 진술했으며, 검찰은 고씨를 통해 해당 의원의 면면을 이미 파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고씨는 전대 돈 봉투 살포를 폭로한 고승덕 의원을 제외한 다른 의원들의 경우 캠프 인사들에게 관련 얘기를 전해들은 수준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현재 자신이 직접 돈 봉투를 돌린 혐의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가 전대 당시 돈을 받은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로 확대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검찰은 고씨의 진술이 추정 수준인 데다 구체적 물증도 없어 수사를 한다고 해도 진실을 밝히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검찰은 고씨로부터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돈 봉투 살포에 개입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고씨는 "고승덕 의원 측으로부터 돌려받은 300만원은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에게 줬으며, 돈 봉투를 돌려받은 사실을 김 수석에게 보고했다"며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
고씨는 언론에 공개한 '고백의 글'을 통해 "책임 있는 분이 자신의 권력과 아랫사람의 희생만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고, 사건과 무관한 사람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만간 김 수석과 박 의장을 차례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박 의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이날 오전 국회의장 직에서 물러났다. 박 의장은 한종태 국회 대변인이 대독한 사퇴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저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저는 큰 책임을 느끼며 의장 직을 그만두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습니다. 관련된 사람이 있다면 모두 저의 책임으로 돌려주셨으면 합니다. 그동안 사랑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고 감사 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헌정사에서 국회의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한 경우는 박 의장이 5번째이지만, 비리 의혹에 연루돼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며 현직 의장이 불명예 퇴진한 것은 처음이다.
김효재 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11일 직후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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