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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 사상 첫 민선대통령 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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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 사상 첫 민선대통령 하야

입력
2012.02.0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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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메드 나시드(45) 몰디브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하야를 발표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나시드 대통령은 이날 오후 TV 기자회견을 통해 "현 상황에서는 사임이 국가에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하야를 선언했다. 그는 "권좌를 유지하면 문제가 커지기만 할 것"이라며 "몰디브인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고 국가를 철권으로 통치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나시드 대통령이 사임을 발표한 직후 모하메드 와히드 하산 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며 대통령 자리를 물려 받았다.

몰디브에서는 나시드 대통령이 형사재판소 최고법관 압둘라 모하메드를 체포하라고 명령한 것에 반발하는 시위가 최근 몇 주 동안 계속됐다. 나시드 대통령은 모하메드가 부패에 연루된데다 2008년까지 30년 동안 장기 집권한 마문 압둘 가윰 전 대통령을 편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통령, 대법원, 인권위원회 등 국가기구가 반발하고 군부와 경찰마저 등을 돌리자 결국 사임을 선택했다.

이로써 2008년 몰디브 사상 처음 치러진 민주선거에서 승리, 압둘 가윰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무너뜨린 나시드 대통령은 5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원래 임기는 2013년 11월까지다.

영국에서 유학한 언론인으로 정권 비판 글을 써온 나시드 대통령은 집권 이전 20년 동안 민주화 운동에 매진하면서 열네번이나 투옥되는 등 몰디브 민주화에 큰 공헌을 했다.

집권 이후에는 지구온난화로 수몰 위기에 처한 몰디브를 세계 최초의 '탄소 중립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등 원대하고 참신한 계획들을 잇따라 발표했다. 2009년 10월에는 기후변화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 잠수 장비를 갖추고 바다에 들어가 각료들과 함께 세계 최초의 '해저내각회의'를 개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나시드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과 몰디브 민주화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5월 인권상 중 하나인 안나 린드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 8월에는 미국의 시사주간 뉴스위크에 의해 '국가 경영을 통해 세계적으로 존경 받는 지도자 10인'에 선정됐다.

이처럼 나라 안팎에서 이름을 떨친 나시드 대통령이지만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수도 말레에서는 하야 전날인 6일에도 경찰관 수백명이 반정부 시위를 했다. 시위 경찰관들이 국영 방송국을 점거하자 군 병력은 고무탄을 발사하며 진압했는데 시위대 측은 이 과정에서 여러 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야당인 디베히카우미당의 하산 사이드 대표는 나시드 대통령을 부패와 권력남용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군부에 나시드 대통령을 구금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몰디브 군의 압둘 라힘 압둘 라티프 대령은 "나시드 대통령이 구금되지 않고 관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군부는 이번 하야가 쿠데타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몰디브에는 현재 인구(약 30만명)보다 훨씬 많은 90만여명의 관광객이 머물고 있으며 한국인 관광객도 300여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관광객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주스리랑카 한국대사관은 "한국인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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