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은 유죄였다.
랜스 암스트롱(41ㆍ미국) 이후 최고의 '사이클 스타'로 승승장구하던 알베르토 콘타도르(30ㆍ스페인)가 스포츠 중재재판소(CAS)로부터 유죄판결을 받고 2년간 대회 출전금지와 2010 투르드프랑스 챔피언 자리를 박탈당했다.
AP통신은 7일 CAS가 "오염된 쇠고기를 먹었다"라는 콘타도르의 주장을 기각하고 2년간 대회 출전금지 처분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고권위의 사이클대회인 투르드프랑스 '옐로저지'(종합 우승자가 입는 노란색 상의)를 3차례나 걸쳤던 콘타도르는 이로써 지난 시즌 쌓은 각종 성적까지 모두 물거품이 됐다. 콘타도르는 2010 대회 기간중에 제출한 소변샘플에서 금지약물 '클렌부테롤'이 검출됐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지난해는 5위에 그쳤다.
그러나 똑같은 금지약물 복용 의혹을 받아온 암스트롱은 면죄부 처분을 받아 논란을 빚고있다. 고환암을 극복하고 투르드프랑스 7연패(1999~2005년) 신기원을 열어젖힌 암스트롱은 인간승리의 상징으로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투르드프랑스는 해발 3,000m가 넘는 알프스 산악구간을 포함해 프랑스 전역 3,500㎞를 3주 동안 달리는 지옥의 레이스다.
암스트롱은 은퇴 후 스테로이드 복용뿐 아니라 금지약물 불법거래 혐의까지 받으면서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 암스트롱의 약물복용 의혹은 현역시절 때부터 단골 레퍼토리로 흘러나왔다. 암스트롱은 그때마다 음해로 일축하며 위기를 모면해왔다. 하지만 은퇴 이후 사정은 달라졌다. 주변 인물로부터 믿을만한 증언이 터져나오면서 미 연방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암스트롱의 전 동료 타일러 해밀턴은 지난해 방송에서 "암스트롱은 스테로이드로 만들어진 선수"라며 "암스트롱이 고환암을 극복하고 난 뒤 점점 강해지고 빨라졌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이 지난 3일 기소 중단을 선언하면서 암스트롱의 기록은 가까스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안드레 비롯테 주니어 LA연방검사는 "최근 2년에 걸쳐 의혹을 폭로한 암스트롱의 동료 등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으나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AP통신에 밝혔다. 하지만 그는 '기소 중단 결정문'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영 일간 가디언은 6일 '암스트롱의 7연패 위업은 역사가 심판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미국반도핑기구(USADA) 고위 관계자도 "검찰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혀 암스트롱의 혐의는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사이클뿐만 아니라 금지약물로 오명을 뒤집어 쓴 스포스 스타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대표적으로 미 메이저리그 배리 본즈(48)와 로저 클레멘스(50)를 꼽을 수 있다. 역대 최다홈런 기록(756개)을 보유하고 있는 본즈는 2003년 연방대배심에서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증언해 위증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바 있다. 8년에 걸친 송사는 지난 1월에서야 결론이 났다. 본즈는 위증 등 4가지 혐의 중 재판방해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역대 최다인 사이영상을 7차례 수상한 클레멘스는 올 4월 연방법원에 출두해야 한다. 클레멘스 역시 스테로이드 사용과 그에 따른 의회에서의 증언이 문제가 돼 위증혐의로 기소됐다.
'백인 홈런왕'으로 추앙 받던 마크 맥과이어(50)와 '맞수' 새미 소사(44), 그리고 메이저리그 역사상 네 번째로 500홈런-3,000안타 기록을 세운 라파엘 팔메이로(48)도 약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비록 사법처리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실제 최근 2012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입회자 투표 결과 맥과이어(19.5%)와 팔메이로(12.6%)가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턱없이 낮은 득표율로 탈락했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려면 총 투표수 가운데 75%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내년에는 본즈와 클레멘스, 소사 등이 명예의 전당 입회 후보자격을 얻는다.
한편 육상에서는 벤 존슨(51ㆍ캐나다)과 저스틴 게이틀린(30ㆍ미국)이 불명예를 뒤집어 썼다. 존슨은 88 서울올림픽 100m에서 9초79 세계신기록으로 골인했으나 스테로이드 복용이 들통났고,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게이틀린도 2006년 금지약물 복용으로 4년간 자격정지를 당한 끝에 지난해 복권됐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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