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테크족을 잡아라'
신한, KB국민은행에 이어 최근 우리은행까지 금 적립통장(골드뱅킹) 시장에 뛰어들면서 빅3 은행의 고객 잡기 경쟁이 금으로 번지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값 전망은 장밋빛이다. 하지만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므로 무리하게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 초 자유적립식 상품인 '우리골드적립투자'(만기 6개월~3년)와 자유입출식인 '우리골드투자'를 선보였다.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하려고 골드뱅킹으론 처음으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거래할 수 있게 했다.
골드뱅킹은 고객이 원화를 계좌에 넣으면 은행이 국제 금 시세와 원ㆍ달러 환율을 적용해 금으로 적립해 주는 투자상품이다. 금 실물 거래 없이도 실제 금에 투자하는 효과가 있고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해 인기가 높다.
현재 이 시장 절대 강자는 신한은행이다. 2003년에 일찌감치 시장을 개척한 덕에 현재는 골드뱅킹 시장의 90%(11만1,419좌)를 점유하고 있다. 유유정 신한은행 투자상품부 차장은 "초기 5년간 골드뱅킹 시장은 사실상 독점 영역이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식이 폭락하고 실물자산이 부각되면서 다른 은행도 관심 갖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이 골드뱅킹 시장에 진출한 것도 이때인데 꾸준히 성장해 현재는 9,722좌를 보유 중이다.
성적도 좋은 편이다. 신한은행(골드리슈)과 국민은행(골드투자통장)은 6일 기준으로 3개월 수익률이 -1~-3%대지만 1년 수익률은 각각 25.49%, 29.53%에 이른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5.21% 떨어진 것에 비하면 월등한 성적을 거둔 셈이다.
대형 은행들이 골드뱅킹 시장에 정성을 기울이는 건 금값이 장기적으로는 상승할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금값은 지난해 9월 온스(1온스=32g)당 1,900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뒤 작년 말엔 1,500달러 선까지 밀려날 만큼 변동폭이 컸지만, 올해는 다시 상승세를 탈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손재현 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이 경제둔화를 해소하기 위해 돈을 많이 풀면서 금이 안전자산 투자처로서 각광을 받고 있는데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도 외환보유액에서 금 비중을 늘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에선 올해 금값 전망치를 최저 온스당 1,810달러에서 최고 2,200달러까지 내다보기도 한다.
하지만 금값 전망만 믿고 덜컥 투자해서는 안 된다. 금값뿐 아니라 원ㆍ달러 환율도 중요한 변수다. 골드뱅킹은 고객이 원화로 입금하면 달러로 환산돼 거래되는 게 기본이기 때문에 국제 금값이 올라도 원화가치가 더 오르면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낼 수도 있다. 또 '금 예금'으로 불리는 까닭에 원금보장이 될 거란 착각을 하기 쉬운데 실제론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금 실물을 인출할 때는 수익의 15.4%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부담도 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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