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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에 배고팠죠" 이나영의 재발견/ 영화 '하울링' 서 강력반 여형사 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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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에 배고팠죠" 이나영의 재발견/ 영화 '하울링' 서 강력반 여형사 열연

입력
2012.02.0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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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오토바이에 몸을 맡긴 채 도로를 홀로 내달린다. 혈육 한 명 없고, 이성에게도 버림 받은 여형사 은영은 고독으로 똘똘 뭉쳐있다. 동료 남자 형사들에게 따돌림 당하면서도 온 몸을 던져 임무를 수행하려는 은영의 처절한 몸부림은 영화 속 늑대개의 눈빛과 오버랩된다. 껑충한 키만으로도 발랄함을 한껏 발산하는 뭇 광고 속 이나영과는 멀고도 먼 이미지. 그러나 '하울링' 속 이나영은 은영 그대로의 모습이다. 아직도 은영의 모습을 털어내지 못한 듯한 이나영을 7일 오후 서울 사간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하울링'은 늑대개가 개입된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을 쫓는 두 형사가 중심에 놓인 영화다. 후배에게까지 승진에서 밀린 상길(송강호)과 강력반에 막 배치된 은영이 사건 해결의 열쇠를 찾아가는 과정을 밀도 높은 서스펜스로 전달한다. 여전히 제 몫을 다하는 송강호의 연기도 박수 받을 만하지만, 말 수 적고 강단 있는 은영을 자기로 만든 이나영의 연기 분투도 눈에 띈다.

녹록지 않은 역할인데 이나영은 "시나리오를 읽기도 전 유하 감독이 연출하고 송강호 선배가 출연한다는 것만으로 사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읽은 뒤엔 "깜짝 놀랐다"고 했다. "여자 배우가 하기 힘든 역할인데다 여자배우가 이런 장르영화를 끌고 나간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행운이라 생각"했기 때문.

형사영화라지만 은영은 짧은 머리에 점퍼를 입은 전형적인 여형사의 이미지를 거부한다. 단아한 자켓과 청바지를 입은 모습이 낯설면서도 은근히 친근하다. "처음엔 야상도 입고 숏커트도 해보려 했는데 너무 이미지에만 신경쓰는 듯해 재미없더라고요. 제가 소품이나 옷으로 캐릭터를 구축하기 좋아하지만 최대한 눈에 안 띄는 모습을 만들고 싶어 감독님께 건의했죠."

이나영은 영화 촬영초기 오토바이를 타가 차량과 부딪혀 공중을 날아가는 사고를 당했다. 무술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멋지게 날아가 잘 떨어진 덕"에 큰 부상은 없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공중에 떴을 때 그의 머리 속을 채운 생각은 "이 헬멧이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였다고 한다. 유 감독의 배려로 한달 뒤 같은 장면을 재촬영했는데 "사람들이 걱정해주니 오히려 덤덤하게 찍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울링'은 이나영의 2년 만의 충무로 복귀작이다. 감독들과 제작자들의 러브콜이 쇄도할 배우치곤 과작이다. 그는 "쉬는 게 더 어려울 수 있다"면서 "작품을 많이 하려고 해도 여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많이 주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연작 선택 기준이 까다로운 것 아니냐고 묻자 "저의 취향이나 성향과 인연이 닿으면 한다"고 답했다. "그냥 예쁘기만 한 역할은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조심스레 되묻기도 했다.

그는 "액션에 배가 고파서" 드라마 '도망자 플랜 B'에 이어 액션 연기를 연달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내 몸태를 상상만 하다가 정작 여러 동작을 배워가니 만만치 않으면서도 재미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많이 얻어 맞고 상대방과 서로 머리채를 잡는 것조차 재미있다"는 그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액션연기를 계속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지금 들어온 시나리오 중 눈에 띄는 건 판타지와 드라마에요. 요즘엔 그런 쪽에 배가 또 고파요. 예쁜 역할 좀 하라고들 하시는데 어떤 것을 해야 또 예쁘게들 보실까 저도 요즘 많이 궁금해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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