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에서 주유소를 하는 현모(54)씨는 지난해 1월 "시중보다 리터당 50~80원 싸게 주겠다"는 인천의 정유대리점 D석유와 계약을 맺었다. 첫 거래로 1리터에 1,520원씩 경유 6만 리터를 받기로 하고 9,000여 만원을 보냈지만 20일 후 2만 리터만 왔다. D석유 측은 "10만 리터를 더 사면 한번에 보내주겠다"고 했다. 현씨는 또 돈을 송금했지만 경유는 2만 리터만 왔다. 현씨 지난해 5월까지 약 2억3,000여 만원 상당의 경유를 받지 못해 사기 혐의로 D석유를 인천지검에 고소했다.
#2 경기 평택시 청북면의 한 무폴주유소는 지난해 9월 말 용인시 D에너지와 1년간 공급 계약을 맺었다. 그 해 10월 중순 3,750만원을 입금하고 휘발유 2만 리터를 받아 팔았다. 한국석유관리원이 품질검사를 나왔지만 정가를 주고 산 휘발유라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가짜 휘발유로 판명돼 주유소는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다. 주유소 측은 수원지법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지만 '가짜 휘발유를 판다'는 소문이 퍼져 손님이 끊겨 결국 영업을 접기로 했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수도권에서 주유소를 상대로 한 기름 사기가 빈발하고 있다.
6일 주유소업계 등에 따르면 비슷한 수법으로 D석유에 피해를 당한 주유소는 곤지암 주유소를 비롯해 서울의 H와 S주유소, 경기 부천시의 S주유소 등 대여섯 곳에 이른다. D에너지는 수도권 30여 개 주유소와 거래를 했지만 석유관리원 검사에서 가짜 휘발유를 판 주유소는 4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주유소들은 "정상거래를 했는데도 가짜 휘발유를 보냈다. 주유소는 기름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별한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D석유 고소 건은 사건을 배당 받은 인천 계양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다. D에너지는 석유관리원이 수사를 의뢰해 경기경찰청에서 수사 중이지만 품질검사 결과가 통보되는 사이 관련자들이 사라져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유사에서 공급받는 것보다 대리점에서 살 때 더 싼 유가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기름값이 뛰자 현금으로만 거래가 이뤄지는 현실도 기름 사기를 부채질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본사에서 사면 일명 '폴비'가 붙어 대리점보다 리터당 50원~100원 정도 비싸다"며 "주유소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싸게 사기 위해 무리하게 현금을 주면서 기름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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