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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대책 발표/ 가해학생 즉시 출석정지… 피해학생 전학권고 규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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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대책 발표/ 가해학생 즉시 출석정지… 피해학생 전학권고 규정 삭제

입력
2012.02.0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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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정부가 내놓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은 피해학생 보호, 가해학생 조치 강화를 골자로 한다. 정부가 이행하겠다고 장담한 세부과제가 25개에 달해 그간 교단, 학계, 언론 등이 지적한 대책 중 실행 가능한 거의 모든 내용이 망라됐다. 하지만 '종합선물세트'처럼 해결책을 한데 모으다 보니 '인성을 입시에 반영하겠다'며 인성교육에 학벌주의를 악용하는 등 모순이 적지 않다. 또 위 스쿨(공립대안학교) 확대, 위기 코디네이터 채용 등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한 정책들은 아예 빠지거나 듣기 좋은 말로 언급만 하고 넘어갔다는 평가다.

가해학생 상담대책 없어

이날 발표된 피해학생 보호 대책은 ▦가해학생 즉시 출석정지 가능 ▦피해학생 전학 권고 근거규정 삭제 ▦심리상담 의무화 ▦치료비용 우선지원 ▦117 통합신고센터 운영 등이다. 또 동시에 가해학생에게는 ▦제한 없이 출석정지 가능하며 ▦전학시 충분한 거리를 둔 학교에 배정되고 ▦학부모 소환이 의무화되고 ▦재활치료를 받게 되는 등의 변화가 생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피해-가해학생 격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회복적 정의'가 구현될 여지가 없다고 지적한다. 장기간 출석정지를 당하고, 무작정 전학 보내질 가해학생이 어디로 가서 누구의 지도ㆍ감독 하에 상담을 받고 반성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 대책이 없는 것. 곽영숙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제주의대 교수)은 "대책이 피해학생 보호, 가해학생 처벌의 이분법적 사고만으로 접근할 경우 오히려 조기에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서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야 할 아이들의 치료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해학생을 비롯한 부적응 학생들의 학업중단을 막기 위해 논의됐던 공립대안교육시설 확충안은 아예 빠졌다.

같은 맥락에서 증원되는 상담교사의 숫자가 지나치게 적고, 상담교사의 제한적 권한도 그대로인 점도 문제다. 정부는 전문상담교사를 2013년까지 1,000명 증원해 총 2,383명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학생 600명 이상의 초중고교 5,101곳의 숫자에 턱없이 못 미친다.

교사 권한과 책임 강화

눈에 띄는 또 다른 조치는 교사의 책임이 강화된 점이다. 학교장 및 교사가 징계사항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있으며, 담임교사는 매 학기 1회 이상 학생과 1대1 면담을 하고 면담결과를 학부모에게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 등으로 통지해야 한다. 교사가 더 많은 학생들을 돌보기 위해 한 학급을 담임과 부담임이 나눠 맡는 복수 담임제도 실시된다.

하지만 이 복수담임제가 '맹탕ㆍ재탕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북 소재 고교 영어 교사 김모(26)씨는 "1학년 부담임을 맡고 있는데 담임 교사가 출장 갈 때 조회 들어가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진경보제 등 실효성 논란

일진지표를 경찰청과 함께 개발해 정기적으로 무기명 표본조사를 하겠다는 일진경보제는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정 점수 이상이 나오거나 일진 신고가 2회 이상 들어오는 학교에 '일진경보'를 가동하고 학교폭력 조사 담당자와 상담전문가 등이 개입한다는 구상이다.

제주중 3학년 정모(16)군은"소위 일진 중에도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좋은 대학 보내는 것이 최대 목표인데,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문제만 덮어줄 가능성이 크다"며 일진경보제와 생활기록부 기록의 모순을 지적했다. 이유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효성 있는 지표를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렵고, 학교가 평화로운 분위기 유지보다 교과부나 경찰청으로부터 받는 지표평가에 목을 맬 가능성이 높아 의도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입시 무기로 인성교육?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입학사정관제를 통한 대입 전형자료인 자기소개서 공통양식에 인성항목을 신설하고 2013학년도 입시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손충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인성교육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조건 입시에 반영해 해결하려는 태도로는 학교폭력을 뿌리뽑을 수 없다"며 "자율고 도입, 집중이수제 시행 등으로 국영수 중심, 입시 중심의 교육환경을 만든 정부가 이제는 인성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해 대학입시에 반영하겠다며 학생과 학부모를 협박하는 조치를 내놨다"고 꼬집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정승임기자 chi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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