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산소 탱크 박지성(31)이 자신의 축구 인생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박지성은 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런던 스탬퍼드브리지에서 열린 첼시와의 2011~1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4라운드 원정 경기 후반 39분 대니 웰벡과 교체 출전, 맨유 유니폼을 입고 200번째 경기 출전 기록을 수립했다. 박지성은 200번째 출전 경기에서 승리를 맛보지는 못했다. 0-3으로 끌려가던 맨유는 세 골을 터트리는 뒷심을 발휘했지만 승부를 뒤집지는 못하고 3-3 무승부에 그쳤다. 박지성은 치차리토의 동점골이 터진 직후 그라운드에 섰지만 임팩트를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박지성은 맨유 역사상 200경기 이상 출전 기록을 세운 92번째 선수가 됐다. 구단 공식 홈페이지는 박지성과 관련한 특집 기사를 게재하며 기록 달성에 의미를 부여했다. 아시아 선수에게는 언감생심이었던 EPL 최고 명문에서 입단 6년7개월 만에 200경기에 출전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업적이다.
박지성은 "맨유 소속으로 200경기에 출전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이곳에 머무는 것이 행복하고 많은 좋은 기억들을 만들어냈다"고 이정표를 세운 소감을 밝혔다.
박지성의 말대로 맨유 입단 당시만 해도 박지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가 모이는 맨유에서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2002 한일 월드컵이 끝난 후 PSV 에인트호벤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박지성을 스카우트, 유럽 대륙 진입의 물꼬를 터준 거스 히딩크 감독조차 "맨유 이적은 옳은 판단으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용 선수'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박지성은 6년7개월간 맨유 유니폼을 입고 9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비관론자들이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히딩크 감독도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2007년 4월 무릎 인대 파열로 수술대에 오르는 등 수 차례 부상에 발목이 잡혔고 매 시즌 힘겨운 상대와의 포지션 경쟁이 이어졌다. '공격력이 떨어진다'등의 이유로 현지 언론으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고, 매 시즌 트레이드와 관련된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박지성은 특유의 강인함으로 이 같은 시련을 모두 극복해내고 명실상부한 맨유의 전력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장기간의 재활도, 2008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엔트리 제외로 받은 마음의 상처도 박지성의 '파워 엔진'을 꺼뜨리지 못했다.
선수 생활의 종반으로 접어들고 있는 박지성의 마지막 목표는 맨유 유니폼을 입고 명예롭게 현역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세 차례에 걸쳐 계약을 연장한 박지성은 2013년 6월까지 맨유 유니폼을 입는다. 박지성이 '영원한 맨유맨'으로 기억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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