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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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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사면초가'

입력
2012.02.0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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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신용카드는 절대선(善)이었다. 정부는 1999년 자영업자의 매출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과표 양성화 차원에서 신용카드 사용액에 소득공제 혜택을 줬다. 이후 신용카드는 불편한 현금 거래를 대체하는 선진 금융의 총아로 각광받았다. 특히 은행과 카드사들에겐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았다. 2003년 카드대란으로 잠시 숨을 고르긴 했지만, 신용카드 무한질주엔 거침이 없었다.

그러던 신용카드가 요즘엔 '공공의 적'이다. 가계부채 주범이라고 뭇매를 맞고, 영세 자영업자의 수수료를 갈취하는 강도로 취급된다. 소상공인은 물론 금융당국, 그리고 정치권까지 신용카드를 공격한다. 그간 신용카드가 굳건히 지켜온 결제수단의 왕좌 자리를 위협받게 될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서운 성장세를 지속할지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시민단체인 유권자시민행동과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는 20일부터 신한카드에 대한 결제 거부 운동에 들어간다고 6일 밝혔다. 카드사들이 막대한 수익에도 불구하고 영세업종에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만큼 업계 1위 신한카드를 상대로 실력행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신한카드 결제 거부에 참여하는 업종은 유흥주점, 단란주점, 공인중개사, 학원, 숙박업, 노래방, PC방 등 60여 개. 전국 100만여 개 가맹점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는 게 이들 단체의 설명이다. 유권자시민행동 오호석 상임대표는 "지난달부터 카드업계가 연 매출 2억원 미만 영세사업자에게 수수료를 1.8%로 낮췄지만 이 혜택을 보는 영세 가맹점은 5곳 중 1곳에 불과하다"며 "신한카드가 굴복할 때까지 거부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영업 단체인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대기업 계열 전업계 카드사를 상대로 공세를 펴고 있다. 연합회는 "카드사들이 계열사나 대형마트에는 낮은 수수료를 책정하면서 소상공인에겐 3% 넘는 높은 수수료를 물리고 있다"며 15일부터 삼성, 현대, 롯데카드의 해지 운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연합회는 또 가맹점들이 카드 결제를 거부하면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 조항이 카드사에 지나친 우월적 지위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도 신용카드 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은 체크카드 등 직불형카드의 소득공제 한도를 현행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확대하는 반면, 신용카드 공제 한도는 3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용카드보다 수수료가 저렴한 직불카드 사용을 장려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달에는 모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일률적으로 1.5%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도 내놓은 바 있다.

금융당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작년 말 직불형카드 활성화를 골자로 한 '신용카드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올 들어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연일 체크카드 활성화를 주문하고 있다.

온통 우군은 없이 적군만 있는 사면초가의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신용카드의 위상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카드의 편리성과 결제수단으로서의 우월성을 감안할 때 타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고속 성장을 해온 것과는 달리 앞으로는 성장세에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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