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독자적으로 이란을 공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를 공식 부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스라엘이 무엇을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이란 핵 개발을 막기 위한) 어떤 방안도 배제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리언 패테나 국방장관이 "이스라엘이 4월 이후 이란을 공격할 것 같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그러나 오바마는 "이란 핵개발 저지를 위해 모든 일을 다하겠다"면서도 "우리는 외교적 해결을 선호한다"고 밝혀 군사옵션이 현재 배제돼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추가적인 군사 행동은 파괴적이며 미국과 유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공습의 파장을 우려했다. 이란의 보복 위험에 대해서는 "이란이 그럴 의도나 능력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오바마는 이스라엘과 관련해 "양국은 이전보다 더 밀접한 군사ㆍ정보 당국간 협의를 하고 있다"며 "이란 문제가 바라건대 외교적으로 해결되도록 이스라엘과 확실하게 보조를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이란이 경제제재로 인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의 이날 발언은 이스라엘과의 입장 차이가 최근 노출되자 이를 수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최근 분위기는 워싱턴과 상반되게 흘러가고 있다. 마이크 로저스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이스라엘이 미국을 불신하고 이것이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오락가락하는 미국 정책이 양국 관계를 불확실성에 빠져들게 했다"고 이날 CNN방송에 말했다. 이스라엘에서 군사문제를 오랫동안 취재해온 로넨 베르그만은 "에후드 바락 국방장관을 비롯한 이스라엘 고위 지도자, 군과 정보 책임자들과 대화한 결과 이스라엘이 2012년 이란을 공격할 것이란 결론을 얻었다"고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그는 "공습 이후 미국이 참전할 가능성이 없지 않으나 이스라엘은 이에 큰 희망을 걸지 않고 있다"고 지적해 미국의 사전 동의 없이 공습이 감행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란 핵 문제에 대한 양국의 입장 차이는 내달 5일 방미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오바마의 회담에서 최종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의 방미는 미국-이스라엘 공공활동위원회(AIPAC) 행사 참석을 위한 것이다. 지난 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책임자 타미르 파르도에 이어 6일에는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외무장관이 워싱턴에서 미 당국과 이란 문제를 논의한다.
한편 이스라엘은 5월 임기가 끝나는 이도 네후쉬탄 현 공군 사령관의 후임으로 전투기 조종사 출신 아미르 에셀 공군 소장을 5일 지명했다. 에셀은 F-4 팬텀기와 F-16 비행 중대를 지휘한 적이 있으며 1990년대에는 공군의 작전 분야 최고 책임자를 맡았다. 전문가들은 전임자의 임기 종료에 따른 공군 수장 교체를 이란 공격과 연결짓는 시각을 경계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당국자는 에셀은 현 네후쉬탄 사령관에 비해 이란 공격에 대해 덜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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