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덕(1739~1812)은 조선시대 거상(巨商)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를 더욱빛나게 하는 가치는 나눔과 봉사정신이다. 1794년 제주에 극심한 흉년이 들었을 때 전 재산을 털어 굶주린 백성을 살린 의인(義人)이 바로 김만덕이다. 이런 김만덕의'나눔정신'을 기리는 학교가 베트남에 세워진다.
사단법인 김만덕기념사업회는 상반기에 베트남 칸호아성 캄람현과 푸토성 비엣치시 번푸구에 각각'칸호아제주초등학교'와 '번푸만덕중학교'가 문을 연다고 6일 밝혔다. 김만덕기념사업회는 김만덕이 생전에 보여준 '특별한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2004년 결성됐다.
곽민 김만덕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단기적으로 식량을 원조하는 방식 보다는 학교 건립을 통해 교육 사업을 추진하는 게 빈곤 퇴치를 위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며 "학교 졸업생들이 베트남에서 김만덕의 나눔정신을 전파하는 인재로 성장하는 게 우리의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베트남은 100개가 넘는 소수민족 학생들이 제대로 공부할 공간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고, 특히 최근 우리나라 남성들과 베트남 여성들의 국제결혼이 늘어나는 등 국가 간 교류가 빈번한 것도 베트남에 학교를 세우게 된 이유"라고 덧붙였다.
13억원 상당의 학교 건립 비용은 김만덕기념사업회에서 전액 지원했다. 2009년 '김만덕 나눔쌀 만섬 쌓기' 사업의 일환으로 기부 받은 성금이 기반이 됐다. 학교 부지는 베트남 정부에서 흔쾌히 제공했다. 최근 완공한 칸호아제주초등교는 부지 8,760㎡에 20학급, 8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3월 말 완공 예정인 번푸만덕중은 부지 1만1,900㎡에 18학급, 7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아직까지 '교실' 규모의 학교가 많은 베트남에선 찾아보기 힘든 '대형 학교'로 꼽힌다. 곽 사무국장은 "공사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현지 한인 건설 업체들이 거의 '봉사'하는 수준으로 많이 도와 무사히 완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 학교는 준공식 때 푸토성과 칸호아성에 각각 기부되지만, 기념사업회 측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교류할 계획이다. 기념사업회 측은 "의료봉사단을 파견하고 학용품과 컴퓨터 등을 지원하는 일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현지의 한인 기업들과 연계해 졸업생들의 취업을 돕고 한국으로의 유학을 지원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기념사업회는 또 칸호아제주초등교와 제주한라초등교, 번푸만덕중과 제주제일중의 자매결연도 추진 중이다.
28일 오전 베트남 현지에서 열리는 칸호아제주초등교의 준공식엔 김만덕기념사업회 대표단과 제주도, 도교육청 관계자, 제주한라초등교 재학생 및 교직원, 캄람현인민위원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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