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학교폭력ㆍ'왕따'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12월 20일 대구 중학생 권모 군이 시달림 끝에 삶을 버린 지 한 달 반만이다. 그가 막다른 골목에서 남긴 유서에 우리는 억장이 무너지는 연민의 눈물을 흘렸고, 통렬한 자성의 시간을 보냈다. 이번 대책은 그 눈물과 반성의 결과다. 하지만 제도와 규정이 아무리 촘촘해도 학생지도 현장에 진심과 성의가 없다면 무용지물이 될 뿐이다. 교육당국과 학교, 교사와 학부모가 성심을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
이번 대책은 우선 학교장의 폭력행위 징계권을 강화하고, 사건을 은폐할 경우 교사 등에 대한 징계를 엄히 하는 등 일선 교장ㆍ교사의 역할과 책임을 높였다. 또 학교폭력 신고 대표전화를 117로 통합해 24시간 운영하고, 폭력 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엄단조치도 포함했다. 학생들을 위한 폭력 예방교육 및 또래활동을 늘리기로 한 것과 가해 학생 학부모 책무를 강화한 것도 눈에 띈다.
장기적 교육 효과를 위해 취학 전 누리과정에서부터 질서와 배려 교육을 강화하는 근본대책도 나왔다. 특히 지난해 발표한 방침을 이어 중학교 체육수업시수를 주당 50% 늘리기로 한 조치나 게임ㆍ인터넷 중독 등에 대한 대책을 강구키로 한 점은 건강한 인성을 함양하는 방안으로 구체적 실천이 기대된다.
미비한 점도 없지 않다. 일례로 폭력 은폐와 달리, 교사의 무관심으로 폭력 사안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을 경우의 대책은 미흡하다. 생활지도 강화를 위해 도입키로 한 복수담임제 등이 긍정적으로 작동할지도 미지수다. 나아가 장기적으로 초ㆍ중학교의 심각한 남교사 부족 상황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계획도 없다. 이런 점은 추후 보완해야 할 것이다.
관건은 그나마 마련된 정부 대책이 각 시ㆍ도 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철되느냐다. 특히 학생인권조례가 적용되는 지역의 일선 학교에선 두발이나 복장, 소지품 검사 등 일상적 학생지도조차 혼선을 겪고 있다. 교육 당국 간 상충과 마찰을 없애고, 대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사심 없는 공조체제가 가동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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