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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이스라엘이 금지선 먼저 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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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이스라엘이 금지선 먼저 넘나

입력
2012.02.0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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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테헤란공항에서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귀국 재현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그가 망명생활을 접고 테헤란공항에 도착한 것은 이슬람 혁명 한달 만인 1979년 2월 1일이었다. 핵 개발로 국제사회와 대치 중인 이란에서 33년 전 호메이니의 귀국을 재현한 것은 여론을 하나로 모을 국가적 이벤트다. 그러나 호메이니의 혁명 배경에 핵이 있었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호메이니가 집권 3개월 만에 취한 정책 가운데 하나가 독일, 프랑스와 맺은 핵 개발 계획의 취소였다. 1년 전인 1978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란 국왕 대신 호메이니가 이끄는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을 지원할 것을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 권고했다. 이란의 무하마드 레자 팔레비 왕이 핵 개발에 나선 것이 NSC의 의심을 산 것이다. 이는 물론 73년 1차 오일쇼크가 나자 개도국들이 원유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핵에너지의 매력에 빠져든 것과 무관치 않았다. 하지만 핵 개발을 핵 무기 확산 위협으로 간주한 미국은 결국 이를 막기 위한 결심에 나선다. 석유 국유화를 추구하던 모하메드 모사테크 총리가 쿠데타로 쫓겨나자 뒤 이어 권좌에 오른 팔레비를 다시 축출한 것이다. 팔레비가 권좌에 앉은 지 25년 만이었다. 이란에 앞서 핵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파키스탄의 줄피카르 알리 부토 총리 역시 쿠데타로 물러났다. 그는 79년 4월 사형 직전 "독자적인 핵 개발을 추진해 축출됐다"며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을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했다. 세계 핵의 야사(野史)로 치부될 수 있는 이 같은 정권 전복은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도 일어났다.

지금 이란 핵을 둘러싸고 국제사회가 마치 혁명 1년 전처럼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란은 핵무기 5, 6개를 만들 핵 물질은 물론 마음만 먹으면 9개월 안에 핵무기를 만들 기술까지 보유하고 있다. 개발한 핵무기를 이스라엘까지 도달할 수 있는 샤하브3 미사일에 장착하는 데는 6개월이면 족하다. 강력한 군대를 보유한 이란이 핵 무장을 할 경우 '게임 체인저'로서의 영향력은 중동을 넘어서게 된다. 그래서 미국은 이란이 핵 개발을 고수하면 군사적 옵션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미국이 제시한 군사옵션의 레드라인(금지선)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핵무기의 개발 추진 이 두 가지다. 그러나 미국의 고민은 이란이 아니라 금지선을 먼저 넘으려는 이스라엘에 가 있다. 이란이 핵 시설을 지하에 숨겨놓고 난 뒤 공습하면 너무 늦는다는 게 미국과는 다른 이스라엘의 논리다. 미국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가동되기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서로가 상대방 설득에 실패하면서 이스라엘은 미국이 요구하는 군사공격 자제는 물론 단독 공격 시 사전통보 요구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이 이스라엘을 찾고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책임자 타미르 파르도가 워싱턴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과 만났지만 상황이 바뀌었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워싱턴의 분위기는 이스라엘의 예방적 선제공격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금 국제질서는 냉전시대와 다르게 거대한 그물처럼 얽혀 있다. 이란 문제는 중동의 지정학과 맞물려 있어 이란이 반격에 나서면 중동은 화약고로 변하게 된다. 당장 5만개의 로켓과 40개의 테러 세포조직을 보유한 레바논의 헤즈볼라, 그리고 시리아가 이란과 연합 전선을 구축할 수 있다. 79년 이란 혁명 때도 예기치 못한 2차 오일쇼크가 일어나면서 세계경제에 위기가 찾아왔고 카터는 재선에 실패했다.

이태규 워싱턴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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