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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구두 디자이너들 "이젠 백화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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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구두 디자이너들 "이젠 백화점서 만나요"

입력
2012.02.0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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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 구두골목. 몇 년 전부터 작은 구두매장이 하나 둘씩 생기더니 이젠 홍대앞과 신사동 가로수길 등과 더불어 서울의 대표적 슈즈 타운을 형성하게 됐다.

그렇다고 명품 구두를 파는 곳은 아니다. 한결같이 실력은 있지만 이름은 나지 않은 젊은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이다. 주말이면 이 일대는 북적대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데, 특히 파스텔 톤으로 예쁘게 꾸며진 구두매장 앞은 더욱 그렇다. 매장 안에 들어가 본 여성이라면 한 번쯤은 충동구매를 느꼈을 터. 가격은 싼데도, 품질과 디자인은 뛰어나 이미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입소문이 났다.

이 실력 있는 골목 브랜드들이 마침내 '꿈의 무대'에 입성하게 됐다. 백화점 입점이 성사된 것이다.

사실 디자이너들에겐 백화점에 입점했다는 것만으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 현실. 유명세를 탈 수도 있고 판매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백화점 입점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다. 입점 절차 등 진입 장벽이 워낙 높은데다, 매장 인테리어와 인건비 등 유지비도 만만치 않기 때문인데, 이번에 그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7일부터 강남점에 56㎡(16평) 규모의 '디자이너 슈즈 편집샵'을 오픈한다고 밝혔다. 삼청동을 비롯해 홍대앞, 신사동 가로수길, 압구정 로데오길 등 구두골목에서 유명세를 탄 신진 디자이너들이 만든 신발들을 위한 공간이다.

그간 백화점에서 신진 의류 디자이너들을 위해 편집샵을 내준 적은 가끔 있었지만, 구두 디자이너들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의류매장에 비해 구두매장은 규모 자체가 작기 때문에 유명 브랜드 위주로만 운영되어왔다. 때문에 귀퉁이 행사장이 아닌, 구두전문관의 한 공간을 내준 건 이 업계에선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골목상권에서 활동하는 무명의 젊은 디자이너들을 백화점으로 끌어온 건 또 다른 상생"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입점의 영예를 누리게 된 골목 브랜드들은 '나무하나' '신' '왓아이원트' '레이크넨' '마비엥로즈' '바이언스' '플랫아파트먼트' 등 7개. 이들을 찾기 위해 신세계백화점 잡화팀 담당 바이어들은 홍대입구와 삼청동, 신사동 등 구두골목 등을 직접 찾아 다녔다.

큰 돈이 없는 디자이너들인 만큼 인테리어 공사비 등 입점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신세계측이 100% 지원했다. 대신 각각의 브랜드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과 컨셉이 훼손되지 않도록 세부적 인테리어에는 전혀 간여하지 않고, 스스로 꾸미도록 했다. 아울러 향후 시즌별로 각 제품의 카탈로그 제작을 지원함은 물론, 각 브랜드의 이미지컷도 촬영해 매장 내에 설치된 LCD화면으로 고객들에게 소개할 계획이다.

가격도 합리적 수준을 유지할 계획. 샌들은 10~20만원대, 구두는 20~30만원대, 부츠는 40~50만원대로 기존 국내 브랜드와 비슷하거나 70~80% 수준으로 책정됐다.

신세계측은 젊은 골목 디자이너들의 입점이 기존 유명브랜드에게 식상해질 수 있는 소비자들에게도 선택폭을 넓혀주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대로 의류 구두 잡화 등 각 제품에서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젊고 유망한 디자이너들의 브랜드를 소개할 계획"이라며 "백화점이나 디자이너, 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이 되는 상생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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