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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새로운 모델 만들기

입력
2012.02.0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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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남부 리우그란데두술의 주도 포르투알레그레는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방치되다시피한 도시였다. 상ㆍ하수도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고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았으며 바람 날리는 비포장 흙길이 많았다. 상당수 주민이 지저분한 판잣집에서 어렵게 살았는데 정부는 그들에게 별 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형편 없던 생활 환경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시장선거와 시의회 선거에서 노동당이 승리하면서다. 노동당 지방정부와 의회는 참여예산제도를 도입했다. 예산을 짤 때 시민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에 예산을 우선 배정했더니 도시 환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시 예산의 15~20%를 공공투자에 사용했는데 그 결과 수돗물이 들어오고 하수도가 깔렸으며 도로가 포장됐다. 도시 한복판 판자촌의 재개발은 개발업자가 아니라 주민을 위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주민들은 살던 집을 떠나지 않아도 됐다.

세계사회포럼이 포르투알레그레에서 주로 열리는 것은 이 도시의 이런 경험과 그것이 보여주는 상징성 때문이다. 올해도 1월 24일부터 29일까지 이곳에서 세계사회포럼이 개최됐다. 반세계화, 반신자유주의를 기치로 내건 세계사회포럼은 다분히 세계경제포럼을 겨냥한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이 스위스의 휴양도시 다보스에서 1월 25~29일 열린 것과 시기가 거의 겹치는 것을 보면 세계사회포럼의 목적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세계사회포럼이 아무리 의식하고 겨냥해도, 현실에서 세계경제포럼 즉 다보스포럼을 능가하기는 쉽지 않다. 다보스포럼이라는데 워낙 선진국의 유명 정치인과 관료, 경제인, 학자 등 지명도 있는 인사들이 모이기 때문에, 대안적 성격의 세계사회포럼보다 더 많은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들은 다보스포럼을 아직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올해도 행사를 시작하기 전 '점령하라' 시위대가 다보스를 점령하겠다고 했고 폐막 직전에는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당신들 때문에 가난하다'는 글을 쓴 종이를 펴든 채 시위했다. 다보스포럼이 신자유주의를 상징한다는 인식이 불식되지 않고 있는데 실제로 참가자의 상당수가 지구촌 금융ㆍ재정위기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좀 냉소적으로 말하면 세계 경제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1년에 한번씩 모여 고민과 반성이라는 집단 퍼포먼스를 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처럼 한계가 분명한 모임이지만 올해 다보스포럼이 '거대한 전환_새로운 모델 만들기'라는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 모임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 상관 없이 한번은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이것은 다보스포럼과 관계 없는 바로 우리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만능주의, 소득 양극화, 극심한 실업, 무역 불균형, 글로벌 재정위기, 극단적인 경쟁과 승자 독식 등 현재의 자본주의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다수의 사람이 인정한다. 자본주의라도 다 같은 자본주의가 아니고 시장주의라도 다 같은 시장주의가 아니어서 나라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서구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신자유주의 체제를 따르고 있다. 자본과 상품이 통제 없이 국경을 넘고 경제의 주도권을 시장이 장악하면서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목격하는 모순들이 확대돼왔다. 모순을 안고도 언제까지나 부드럽게 굴러갈 수는 없기 때문에, 비관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가 더 이상 지탱될 수 없다고까지 말한다.

신자유주의가 아직은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그 역사는 불과 40년, 인류 역사 전체로 보면 길다고 할 수 없다. 절대적인 체제, 영원히 존재해야 할 시스템은 아니다. 우리가 어떤 사회모델을 만드느냐에 따라 결별 시점이 당겨질 수 있다.

박광희 국제부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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