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강남 등 피부과 가보니/ 부르는 게 값… '1억 피부과' 없진 않을 듯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남 등 피부과 가보니/ 부르는 게 값… '1억 피부과' 없진 않을 듯

입력
2012.02.05 17:35
0 0

"처음 오셨으니까 싸게 해서 레이저 시술 10회, 마사지 10회 880만원에 서비스로 기본 관리(마사지) 추가해 드릴게요."

지난 4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A피부과. 은은한 조명에 커피머신과 소파를 갖춘 이곳은 인테리어만 보면 병원이라기보다 카페 분위기였다. 코디네이터(상담사)는 수백만원대의 피부관리 가격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제시했다. "큐레이, 서마지, 스칼렛 레이저가 기본으로 들어가고요. 스노필에 비타민, 이온 재생 관리까지 추가된 거라 저렴하게 나온 패키지예요." 가격을 듣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상담사는 들어도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을 늘어놓았다. 여전히 답을 하지 않자 그는 "정 부담스러우시면 한 단계 저렴한 것도 있긴 하다"고 핀잔조로 말했다.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의 '1억원 피부숍' 사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도대체 피부과 진료가 어떤 건지 알아보기 위해 서울의 피부과 4곳을 직접 찾아가봤다. 피부과 병원들은 정해진 가격 없이 고객 상황에 맞춰 수백만원부터 수천만원짜리 상품을 거리낌없이 팔고 있었다.

체인으로 운영되는 병원도 A피부과와 상황은 비슷했다. 같은 브랜드의 피부과 강남점과 신촌점을 찾아 레이저 시술 10회, 마사지 10회 패키지 가격을 비교했더니 강남점 456만원, 신촌점 270만원으로 무려 186만원의 차이가 났다. 여기에 추가로 써야 하는 화장품, 약 비용은 병원마다 별도였다. 한 상담사는 "말 그대로 관리 비용이기 때문에 10회, 기간으로 치면 6개월마다 추가 패키지를 등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천만원은 훌쩍 나갈 수 있다는 얘기였다.

피부과의 이런 '묻지 마' 가격 구조는 어떻게 가능할까. 한 의료업계 관계자는 "치료 목적의 의료행위는 보험료를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적정 가격을 정해놓고 있지만, 미용 목적의 피부과 시술 금액은 온전히 사업자 몫이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피부과의 경우 기본적으로 시술용 기계 비용(투자비) 및 감가상각비, 인건비 등을 감안해 값을 정하지만 정가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엿장수 마음대로"라는 것이다.

강남구 압구정역 부근의 한 피부과 상담사의 첫 마디는 "예산을 얼마 잡으셨어요"였다. 그는 "투자할수록 효과가 좋다. 전신 비만 관리를 포함하면 1,200만원 정도 되지만 조정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초구의 한 피부과 상담사는 "피부과 관리 비용이라는 게 눈 먼 돈"이라며 "내원객의 옷차림 등을 보고 경제적 여건을 가늠해 가격을 조정해 부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 전 의원 가족이 이용한 피부과의 경우 경찰은 수사 결과 1억원이 아닌 550만원을 지급했다고 밝혔지만, 3,000만~5,000만원짜리 환자도 있었다.

나 전 의원 고발사건 수사를 맡았던 경찰 관계자는 "피부과 병원들이 거래시 비밀 장부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았고, 주로 현금으로 결제를 받다 보니 탈세 가능성도 높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