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명문 자동차 회사 BMW가 수 십 명의 사망자를 낸 유럽 혹한의 불똥을 맞고 있습니다. BMW의 서브브랜드인 미니(MINI)의 새 차 '쿠퍼(COOPERㆍ사진) 로드스터'가 그 발단이었지요.
BMW는 지난해 "미니가 환상적인 날씨를 만들어 드립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고기압과 저기압이 멋지게 어우러지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선보였습니다. 컨버터블(뚜껑이 열리는 차) 차량인 만큼, 뚜껑을 열고 신나게 달리면 멋진 날씨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이 컨셉을 살리기 위해 BMW로부터 마케팅을 의뢰 받은 광고회사는 또 하나의 깜짝쇼를 펼쳤습니다. 베를린자유대의 기상학연구소로부터 고기압(쿠퍼)과 저기압(미니)의 이름을 하나씩 산 것입니다.
독일에서는 1954년부터 고기압과 저기압에 사람 이름을 붙여주는 전통이 있습니다. 당시 베를린대의 한 연구원이 복잡한 기압의 움직임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람 이름을 붙여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는 큰 호응을 얻었죠. 태풍에 '매미'같은 이름을 붙이는 것과 같은 식입니다.
독일에서 특이한 건 기압의 이름을 일반에 판다는 것입니다. 2002년부터 누구나 299유로(고기압), 199유로(저기압)만 내면, 본인이 원하는 이름을 기압명으로 쓸 수 있지요. 이렇게 모은 돈은 학생들의 연구활동에 후원금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사상 최악의 혹한을 가져온 이번 고기압의 이름이 '쿠퍼'였다는 것이었죠. BMW측이 날씨마케팅을 위해 미리 사뒀던 것이라고 합니다. 기압 이름은 매년 구매자들이 원하는 이름을 미리 제출 받아 알파벳 순서로 붙여주는 데, 하필이면 이번 고기압이 '쿠퍼'의 순서였던 것입니다. BMW측도 설마 최악의 고기압이 자기들 이름 순서가 될 줄을 꿈에도 몰랐겠지요.
어쨌든 유럽의 여론은 들끓었고, '쿠퍼'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BMW는 결국 대변인 직접 나서 "뜻하지 않은 피해자를 만들게 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유감의 뜻을 나타냈고, 쿠퍼와 미니가 한데 어우러지는 컨셉의 광고는 모두 철수하고 말았습니다.
BMW측은 그러면서 "이름을 쓰는 순서는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절대 고의적이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디다 호소할 데도 없고, BMW로선 정말로 억울할 것 같습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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