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는 지금까지 1만개가 넘는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1982년 처음 발견 이후 20년 만이다. 먼 옛날 한반도에 그만큼 다양한 공룡이 살았다는 얘기다. 정부는 전남 해남군에서 경남 고성군으로 이어지는 남해안 공룡 발자국 화석지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려 추진 중이다. 그런데 발굴되는 공룡뼈 화석은 적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한다.
①낮은 퇴적활동
호숫가는 퇴적 활동이 활발한 지역이다. 따라서 호숫가에 찍힌 공룡 발자국은 모래 등이 위에 쌓이면서 화석이 되기 쉽다. 공룡 뼈 역시 화석이 되려면 흙, 모래가 공룡 사체를 뒤덮어야 한다. 그런데 공룡이 사는 숲이나 초지에선 이런 일이 일어나기 힘들다. 홍수, 산사태로 묻히지 않는 이상 지면 위의 공룡 사체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뼈까지 분해된다.
②적은 범람 지층
경남 사천시, 하동군 지역은 백악기 때 홍수가 일어나 쌓인 퇴적물이 지층을 이루고 있다. 공룡뼈 화석이 있을 확률이 가장 높은 지층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런 곳은 몇 군데 안 된다. 그나마 있는 '범람 지층'도 내륙 쪽으로 뻗어 있다. 숲과 도시 밑에 지층이 있다는 얘기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융남 지질박물관장은 "지층이 드러나 있는 곳이 많이 없어 공룡 뼈를 발굴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③급격한 지각변동
공룡이 살던 중생대 백악기 이후 한반도를 비롯한 지구 곳곳에선 급격한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신생대 때는 한반도와 붙어 있던 일본 열도가 떨어져 나갔다.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관은 "지층이 화산 폭발 등 여러 지각 활동의 영향을 받으면서 그 안에 있던 공룡 뼈 화석도 많이 없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발굴을 이뤄진다면 공룡 화석의 보고(寶庫)라 불리는 몽골 고비사막보다 잘 보전된 뼈 화석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지층이 단단한 암석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뼈 안에는 작은 혈관이 무수히 많다. 뼈가 흙에 묻히면 여기에 물이 스며든다. 스며든 물 속에 있는 광물질이 빈 혈관을 채우게 되는 것이다. 화석화한 뼈가 무거워지는 건 이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단단한 뼈라도 지면에 노출되면 쉽게 닳아 없어진다.
이 관장은 "고비사막의 지층은 1억년된 것도 부드러워 뼈 화석을 발굴하기 좋지만 그만큼 지면에 잘 드러나기 때문에 풍화되기도 쉽다"며 "반면 단단한 국내 지층은 지각 활동에서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어 뼈 화석의 보전 상태는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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