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는 눈이 달라졌다 여성들이 몰려든다 녹색당 깃발 좌초 더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녹색당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유럽 각국에서는 이미 연방의회 등에 진출해 적지 않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녹색당이 한국에서는 여러 차례 창당에 실패한 바 있다. 창당을 하려면 5개 시도에서 1,000명씩, 총 5,000명 이상을 당원으로 확보해야 하지만 이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창당을 한다 해도 기존 정당과의 경쟁을 통해 국회에 진출해야 하는데 생존 가능성이 높지 않았던 탓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도 원전가동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기상이변 등에 따른 환경 피해가 커지면서 녹색당 태동이 가능하게 하는 토양이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녹색당 창당 준비위원회가 지난해 10월 발기인대회를 한 이후 현재 당원이 3,000명을 넘은 상태라 4월 총선 이전 창당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기성 정당에 대한 혐오증이 커지고 있어 상황에 따라서는 녹색당이 비례대표를 배출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이 경우 우리 정당의 판도가 상당히 바뀔 수도 있다. 녹색당 창당 준비위원회 사무책임자(사무총장 격)인 하승수 변호사를 서울 영등포 녹색당 준비위 사무실에서 만났다.
-변호사 활동은 하나.
"지금은 휴업상태다. 교사인 마누라에게 얹혀 살고 있다."
-녹색당 창당은 언제까지 하나.
"작년 10월 30일에 발기인 대회를 했다. 정당법에 따라 지역별로도 발기인 대회를 했다. 5개 시도에서 1,000명 이상씩 모아야 창당이 가능하다. 2월초에 5개 시도에서 창당 대회를 한다. 2월말께 전국 정당으로 창당을 한다. 진성당원만 5,000명을 모아야 하니까 쉽지는 않다. 지금 3,000명이 넘었다. 이전에도 녹색당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5,000명 채우기가 쉽지 않아서 무산됐다. 다른 정당처럼 사람이름만 빌려서 할 수는 없다. 녹색당의 취지에 공감하고 실제로 당비를 내는 당원을 모으고 있다. "
-당비는 얼마나 되나.
"월 3,000원 이상이다. 청년이나 농민이나 가난한 사람들은 그렇다. 정기수입이 있는 사람은 월 1만원이다. 법적으로 액수에 대한 규정은 없다. 1,000원도 상관없다. 우리나라 정당에서 당비를 내는 당원이 많지 않다. 우리는 당비 내는 당원이 3,000명이 넘는다. 우리보다 당비를 내는 당원이 많은 곳은 한나라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자유선진당 등 5개다. 원외정당을 포함하면 등록 정당이 20개 정도다. 당비를 내는 당원이 한 명도 없는 정당도 있다. 창조한국당의 경우 당원은 3만명이 넘는데 당비를 내는 당원은 1,000명이 안된다. 우리는 정공법으로 5,000명을 모으려고 한다. 최근 들어 당원이 많이 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 가입하거나 지인들의 권유로 가입한다. 하루 100명씩 들어온다. 이 추세라면 5,000명 채우는 게 어렵지는 않다. 2월말이나 3월초까지 창당을 해야 총선에 참여할 수 있다. 우리가 주장하는 정책을 선거 공간에서 얘기할 수 있기 위해서다. 정당 가입이 처음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자발성이 강하다. 특히 여성이 절반을 넘는다. "
-여성 가입자가 많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여성들이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데도 그렇다. 가입추세를 보면 힘만 붙으면 폭발력이 있을 것 같다. 여성들이 아무래도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나 미래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한다. 특히 아이 키우는 여성들의 경우는 원자력, 방사능, 먹거리 안전, 환경 문제에 대해 걱정이 많다. 미혼 여성도 생명이나 인권 등에, 반려동물 키우는 여성들은 생명에 대한 소중함에 대해 감성적으로 예민하다."
-녹색당이 별로 알려져 있지는 않다.
"작년 10월에 발기인 대회를 했다. 언론에 보도가 많이 안됐다. 외국에는 녹색당이 있는 걸 알지만 우리나라에 그런 움직임이 있다는 것 조차도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앞으로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겠나 생각한다. "
-녹색당의 창당 멤버들은 누군가.
"유명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발기인이나 당원들 중에 유명한 분들이 있지만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니고 도와주거나 배경이 되는 편이다. 운영위원장이 이현주씨로 대표격이다. 이 분은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가난하고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을 돌보는 공부방 시설이다. 그전에는 여성단체를 하면서 양천구 구의원도 지냈고 예전의 녹색당 창당 문제에도 관여를 했다. 잡지 을 만드는 김종철씨가 강연 등을 통해서 녹색당을 알리는 일을 도와준다. 지역에서 환경운동 해왔던 사람들이 참여하고, 지역에서 마을 만들기, 풀뿌리운동하는 사람들, 전문가 지식인들이 참여한다."
-운영비는.
"당비도 받고, 당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다. NGO 운영방식과 비슷하다. 특정인이 돈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런 방식일 것이다."
-변호사 하다가 시민운동에 뛰어든 이유는.
"1996년 참여연대에서 소액주주운동 등 권력감시운동을 하다 세상이 바뀌려면 사람들의 생활과 밀착하는 일을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생각, 지역 풀뿌리 운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지역별로 흩어져있는 풀뿌리운동을 네트워크화하는 일을 했다. 제주대에 근무할 때는 그 지역의 시민운동에 참여하고, 서울에서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라는 단체에서 일도 해봤다.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나는 것 보면서 기존의 시민운동이나 풀뿌리 운동만으로는 안되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환경운동에서는 원전의 위험성 경고했고 여러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 등의 대안을 모색하는 활동을 했지만 정치적인 영역에서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동안 원자력발전은 계속 늘어나고 재생가능에너지분야는 국가정책에서 중요한 비중이 실리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이나 에너지문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여러 문제들이 그렇다.
지역에 공부방 만들고 선생님이 돌보고 해도 아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 국가정책 방향이라는 것이 아이들을 더 경쟁으로 내몰고 소외된 아이들은 방치하는 상황이 계속된다. 몇몇 개인이나 단체가 노력해도 몇 명을 건지는데 그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활동이 의미도 많았지만 한계도 명확했다. 앞으로는 정책결정에 영향을 행사해서 정책을 바꾸는 방식을 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환경운동이나 시민운동 풀뿌리운동의 가치들을 담아내는 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제는 일상적인 시민운동도 중요하지만 정치에 참여를 해야 한다. 국회에 다수당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고 어느 정도 힘을 가져서 다른 정당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는 정도의 힘을 가져야 한다."
-환경운동이나 풀뿌리 운동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건가.
"그렇다. 그 동안에는 운동단체가 자기의 실천영역을 개척하는데 급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은 계속 늘어나고, 청소년 문제도 계속 나빠지고 있다. 이렇게는 안되겠다는 생각이다."
-녹색당과 환경운동 단체와 관계는 어떻게 되나.
"서로 별개다. NGO는 그대로 활동하는 것이고 녹색당은 정치영역에서 활동한다. 협력은 하지만 조직은 별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민단체에서 정치 영역으로 들어갔다.
"명망 있는 개인의 움직임일 뿐이다. 우리가 정당을 만드는 이유는 20~30년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뜻을 모아 정치세력을 만드는 것이라 차원이 다르다. 유럽 녹색당도 어려움을 겪었다. 선거제도가 불리해서 그랬다. 영국은 녹색당이 만들어지고 원내 진입하는데 30년이 걸렸다. 소선거구제라 그렇다. 그래도 흩어지지 않고 꾸준히 성장을 해왔다. 가치나 정책을 꾸준히 성장시키는 것이 정당 활동의 장점이다. 우리는 비례대표제가 부분적으로 있기 때문에 영국보다는 나을 것으로 본다."
-녹색당 성공사례는.
"독일 선거제도가 신생정당에 가장 유리하다. 독일은 정당 지지율이 15%정도로 연방의회에서 80~90석을 얻을 수 있다. 유럽은 다 있다. 프랑스도 상원에 진출했고 올해 하원까지 의석 얻을 것이다. 핀란드는 대통령선거에서 결선투표까지 올라갔다. 미국도 있다. 소선거구제라 지방자치선거에만 진출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역사가 30년이 되고 연방의회에 진출했다. 우리나라와 일본만 없다. 일본은 정당은 없지만 정치조직은 있다. 경제적으로 상당히 풍요로운 나라인데도 그렇다. 성장중심주의가 강하고 소수 정당에게 불리하게 되어있는 정치적 배경이 작용했다. 일본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 좀 달라진 것 같다. 우리나라는 노동시간 길고 청소년행복도가 가장 낮다. 원자력 의존율 1위다. 식량자급률도 너무 낮다. 많은 사람들이 이대로는 미래가 너무 어둡다고 느낀다. 우리 사회가 성장과 물질 중심주의로는 지탱하기가 어려운 한계에 왔다는 것이다. 때가 된 것이다."
-뿌리를 내릴 수 있겠나.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이번에는 창당작업이 절반은 왔다. 창당이 된다는 것은 사회적인 토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사람씩 모아서 5,000명 이상을 만드는 것?사회적 기대가 있다는 것이다. 올해 총선에서 얼만큼이나 성과를 올릴지는 모르겠지만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적지 않은 효과가 있지 않겠나. 진보정당들은 당내 갈등 때문에 힘든데, 우리는 권력지향적인 인물이 없고 권력 분산적인 방향으로 간다. 자발적 참여형 구조로 만들어가고 있다. 당내 갈등이나 권력 갈등은 없다. 초기에는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뿌리를 내릴 것이다."
-녹색당도 정치권으로 들어오면 기존정당과 유사해지지 않나.
"다른 정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생각이다. 똑 같은 정치를 할 것이라면 할 이유가 없다. 외국의 녹색당들은 다루는 주제도 다르지만 방식도 다르다. 평범한 사람들이 참여한다. 독일 녹색당 의원이 국회에서 뜨개질하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일반 생활인이랑 똑 같다는 것을 보여준다. 평범한 주부가 국회의원이 되어 남는 시간에 뜨개질 하는 것이다. 동네 아줌마들이 뜨개질 하면서 수다 떠는 것 같다. 국회의원이 권위적이고 공식적일 필요는 없다. 19세 의원도 있다. 어릴 때부터 환경운동을 하던 친구다. 정치를 좀 다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
-비례대표는 어떻게 선발하나. 본인이 나가나.
"선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우리는 여성과 청년이 우대되는 정당이라 40대 아저씨인 나는 그다지 기준에 잘 안 맞는다. 녹색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잘 담아내는 인물이 필요하다. 여성들이 아무래도 비례후보로 유력하다. 1번은 여성일 것이다. 또 청년들이 많이 참여하게 될 것이다. 당을 만드는데 주도적인 사람이 비례대표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승수는 누구
1968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공인회계사로 일하다 1995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했다. 제주대 법대 교수,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다. 2011년 7월 이후 녹색당 창당 준비위원회 사무책임자를 맡고 있다.
조재우 선임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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