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 시위는 호오(好惡)의 문제다. 필요하면 발언하겠지만 해명이나 사과는 아니다"라는 '나는 꼼수다'멤버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발언이 보도되자, 여론은 또다시 들끓었다. 여성을 성욕을 푸는 대상으로 규정한 일련의 발언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3일 김씨의 발언이 삽시간에 리트윗(돌려보기) 되면서 트위터에는 관련 멘션이 물결을 이뤘다. 영화감독 이송희일씨는 김 총수가 "비키니 발언이 성희롱이 되려면 권력관계나 불쾌해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청취자와 우리 사이에는 그런 게 없다"며 사과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내비친 점을 지적했다.
이송 감독은 "이 세상에는 나꼼수와 나꼼수 청취자 밖에 없나 보죠"라며 "쿨 하게 사과하면 그냥 지나갈 일이었는데 그 정도 배려도 없는 꽉 막힌 '순혈마초들' 인가 보다"고 꼬집었다. 나꼼수 진행자들이 팟캐스트와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한 발언에 불쾌감을 느낀 불특정 다수를 간과했다는 비판이다.
네티즌도 의견을 보탰다. 한 트위터리언(@fatboyredux )은 "일부 여성들이 불쾌감을 분명히 드러냈음에도 사과를 안 해도 되는 판세라 판단한 듯 하다"며 "이럴 때 쓰는 말이 떠오른다. 참 '나꼼수럽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트위터리언(@Astralpink)은 "정말 한심하다. 진정 그 (비키니) 사진을 정치적 의사 표현으로 보았다면 이를 존중해서라도 '코피 조심'이니 '성욕감퇴제'니 운운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네티즌(crit)은 "비키니 사진 많이 찍어서 보내달라는 댁들의 말을 듣고 정봉주 전 의원의 부인과 자식은 무슨 생각이 들었겠느냐" 며 한국일보의 관련기사에 댓글을 달기도 했다.
반면, 여전한 지지를 보내는 나꼼수 팬도 있었다. "나꼼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자. 나꼼수가 정치인도 아니잖나"(新우리), "나꼼수는 부당하게 투옥된 한 정치인을 위한 순수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비판은 할 수 있으나 사과를 요구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gigaluv) 등이다.
여성학자들은 김씨의 해명에서 다시 한번 왜곡된 성 인식이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특히 김씨가 이번 논란을 성희롱 여부로 끌고 간 점을 도마에 올렸다.
변혜정 서강대 성평등상담실 상담교수는 "나꼼수 진행자들의 발언이 성희롱이어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왜곡된 남성의 성적 욕망을 정당화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변 교수는 "감옥에 있으면 독수공방하니 성욕감퇴제를 먹어야만 살 수 있다는 주장은 마치 성매매는 필요악이라거나 여성이 유혹해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식의 논리와 같다"며 "소위 진보담론을 이끌어간다는 이들이 여성을 성욕 배출의 도구로 규정해놓고 어떤 성찰이나 반성도 없다는 점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나꼼수 비키니 시위 논란'으로 드러난 나꼼수 진행자들의 잘못된 성 인식을 꼬집는 토론회도 열린다. 유쾌한섹슈얼리티인권센터는 15일 '성욕감퇴ㆍ비키니ㆍ자발성ㆍ성희롱? 남성욕망의 정상화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정례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