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중의 공모펀드는 2일 금융투자협회 집계결과 2,500개가 넘는다. 한 해에 쏟아지는 펀드만도 500개 이상이다. 펀드 수가 너무 많다 보니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상품들이 수두룩하다. 자산운용사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펀드 작명부터 심혈을 기울인다. 톡톡 튀는 이름을 앞세워 상품 출시 초기 투자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특히 대형사에 비해 홍보력이 떨어지는 중소형 운용사들이 적극적이다. 하지만 튀는 이름을 가진 펀드들일수록 투자 성적이 저조해 설정액이 50억원 안팎인 미니펀드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튀는 펀드 이름을 홍보전략으로 앞세우는 대표적 운용사는 키움자산운용이다. 1년 반 전 출범하면서 '멍텅구리' '작은거인' '승부' 등으로 이름을 정한 펀드를 연이어 내놨다. 멍텅구리펀드는 오랫동안 소외된 우량주에 투자하는 상품이고, 승부펀드는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 작은거인펀드는 중소형사지만 시장점유율은 50%를 넘는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모두 윤수영 키움자산운용 사장의 작품인데, 그는 지난해 상품들을 출시하면서 "이제까지 펀드명이 영어나 어려운 용어로 돼 있어 일반 투자자들이 기억하기 어려워 독특한 펀드명을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하이자산운용의 천하제일펀드(실적우수기업에 투자)나 유리자산운용의 슈퍼스몰뷰티펀드(중소형주 위주 투자), 우리자산운용의 자자손손백년투자펀드(업종 대표주에 투자) 등이 독특한 작명으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특이한 펀드 이름이 수익률까지 보장해주지는 않는 법. 이들 펀드들은 작년 하반기 어려워진 글로벌 경제를 감안하더라도 성적표가 너무나 초라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일 기준으로 천하제일코리아 펀드는 최근 6개월 수익률이 -13.0%, 슈퍼뷰티 펀드는 -12.6%, 승부펀드는 -8.9%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 여파 탓이라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8.3%)보다도 못한 성적이다.
이름값을 못하다 보니 설정액 규모도 초라한데 멍텅구리 펀드는 현재 설정액이 3억원에 불과해 평가사에서 수익률을 산정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자투리펀드다. 작은거인펀드(8억원)나 장대펀드(58억원), KTB슈퍼스타펀드(61억원) 등도 사정이 비슷하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 팀장은 "고객들은 독특한 이름만 보고 선택하지 말고 적어도 설정액이 100억원 이상 되는 펀드를 고르되 과거 실적 추이가 어땠는지, 대형주가 많이 포함돼 있는지 등을 함께 살펴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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