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올해 등록금을 2~3% 인하한 건 생색내기다. 사립대학의 예산 '뻥튀기'와 총 2,400억원에 달하는 적립금 규모를 생각하면 12% 인하도 가능하다."('고대녀' 김지윤씨)
"국내 사립대학 구조가 취약하다는 것, 각 대학마다 사정이 다르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등록금을 무조건 낮추다가는 등록금을 연 1,000파운드에서 9,000파운드로 올리고 있는 영국처럼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이준석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20대의 나이에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된 이준석(27)씨와 일명 '고대녀'로 불리며 이명박 정부를 비판해온 김지윤(28ㆍ고려대 사회학과 4)씨가 3일 '토론 배틀'을 벌였다. 이날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홍보관에서 열린 고려대교육방송국의 프로그램 녹화 현장에서다.
하버드대 졸업 후 벤처 기업 클라세스튜디오와 교육봉사단체 배움을나누는사람들 대표를 맡고 있는 이준석 위원과, 2008년 TV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해 촛불시위를 비판하는 패널들의 주장을 조리있게 반박하며 '고대녀'로 널리 알려진 김지윤 전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장은 이 자리에서 대학 등록금, 대학생 정치참여 문제 등 20대의 현안에 대해 20대 스스로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날 토론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등록금 문제였다. 김씨는 "한 가족에 대학생이 두 명만 있어도 거의 파산할 지경이지 않나. 둘 다 남자면 군 입대 시기까지 서로 조절해야 한다"며 "정당들은 부자증세를 통해 교육, 복지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은 이에 대해 "부자증세는 굉장히 차별적인 말이고, 모든 대학생을 대상으로 등록금을 균등하게 내리는 게 좋은지 모르겠다"며 "새누리당은 돈 많은 사람은 등록금을 더 내자는 취지의 국가장학금 제도를 내놓았다"고 맞섰다.
김씨가 "4대강 사업 등을 통해 수십조 원의 세금이 날아갔는데 정부는 반값 등록금은 안 된다고 한다"고 꼬집자, 이 위원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를 하자. 정권이 잘 했나 못 했나 하지는 말자"고 반박했다.
청년실업도 이슈였다. 김씨가 "양질의 일자리가 없고, (현 정부의 정책인) 청년인턴제는 저질 단기 알바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자 이 위원도 "청년인턴제가 안 좋다는 건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토론 중간에 "당에서도 회색분자라는 얘기를 듣는다. 정당의 최고위원에 앉아 있게 되면 현실성에 눈을 떠야 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은 약 2시간 동안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70여명의 학생들이 스튜디오 방청석을 가득 채웠으며 사전 방청 신청자 명단에는 고려대는 물론 서울대 등 타 대학 학생들의 이름도 눈에 띄었다.
방청석에서는 이 위원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07학번 이원영씨는 "영국이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게 된 건 엄청난 대학 지출 때문이 아니라 금융 부문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거품이 터져 경제위기가 온 탓"이라며 등록금 인하 부작용 사례로 영국의 경우를 든 이씨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고려대교육방송국은 이날 녹화한 두 사람의 토른을 다음주 초 방송할 예정이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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