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부터 유럽 전역을 강타한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3일까지 사망자가 220명을 넘어섰고, 유럽 국가들이 겨울철 연료로 이용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공급이 줄어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피해가 가장 큰 곳은 우크라이나.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일 하루에만 우크라이나에서 20여명이 사망해 이번 추위로 지금까지 사망자가 100명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최저기온이 영하 25도를 기록하며, 도시의 학교와 상점들이 문을 닫았고 급기야 식량 부족사태마저 보고되고 있다. 특히 노숙자 등 길에서 동사한 사람이 60명을 넘었는데, 지역 적십자사 관계자는 "노숙자들이 일기예보를 숙지하지 못해 추위에 대비할 수 없는 상황"이라 우려했다.
동유럽에서도 한파와 폭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세르비아의 이바니차 지역에서는 교통이 두절돼 학생들이 말을 타고 등교하는 진풍경을 연출했고 먹을 거리가 부족한 늑대들이 마을 인근에 출몰하기도 했다. 세르비아와 이웃한 보스니아에서는 최저 기온이 영하 29도를 기록했고 하루 만에 30㎝의 폭설이 쏟아졌다.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의 국제공항은 폭설로 폐쇄됐다.
한랭전선이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서유럽과 남유럽 국가들도 한파의 사정권 안에 들었다. 이탈리아 로마에는 26년만에 처음으로 눈이 내려 3일과 4일 휴교령이 내려졌고, 유명 관광지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 등이 폐쇄됐다. 볼로냐에서는 전차의 전기선이 얼어붙으면서 열차 운행이 중단됐고, 고급 스포츠카 회사 페라리는 마라넬로 본사의 시험용 트랙이 얼어붙어 F1 경주용 머신 출시를 연기했다. 유럽 대륙 바다 건너 영국에서도 일요일 두 번째로 위급한 등급에 해당하는 3단계 한파 경보가 내려지는 등 전유럽이 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이다.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지나는 우크라이나의 가스 사용량이 한파 때문에 급증하면서 유럽으로 공급되는 가스량이 최근 10~30% 정도 감소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현재 가스 사용량의 25% 정도를 러시아산에 의존하고 있으며 과거 구소련에 속했던 동유럽 국가들은 최고 98%의 가스를 러시아산으로 쓰고 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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