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유로에 이르는 그리스의 부채를 재조정하기 위해 그리스 정부와 민간채권단 등이 벌이고 있는 협상의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부채 협상이 타결될 경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를 둘러싼 가장 불확실한 변수가 제거될 것으로 보여 협상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3일 AFP 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부채 협상이 타결 사정권 안에 있다고 믿는다”며 “협상 참가자들 사이에 그리스의 민간 채권단 손실분담(PSI)을 타결해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리스 정부와 민간 채권단은 그리스 채권의 70%를 탕감해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를 현재 160%에서 120%로 줄이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데, 양측의 탕감 금액 차이가 150억 유로 정도로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정부는 이와 별도로 EU,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으로 이뤄진 ‘트로이카’와 공적 채권단 손실분담(OSI) 협상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EU 뿐 아니라 그리스 정부 내에서도 부채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 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지금 새로운 경제 계획을 세우고 채무 협상을 끝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마지막 단계에 진입했다”며 조만간 부채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시사했다.
협상이 타결되면 그리스는 1,300억 유로에 이르는 2차 구제금융을 받아낼 수 있게돼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을 사실상 불식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2일 베이징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담 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구(ESM)에 참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IMF를 통해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 금융체제의 안정과 경제성장은 유럽뿐 아니라 중국에게도 중요한 문제”라며 “유럽의 안정을 지키기 위해 중국도 돕겠다”고 말했다.
그간 중국은 유럽의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인 협조가 필요하지만 유럽의 자구노력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에 원 총리의 발언은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로존의 재정 위기를 해결하려면 최소 2조유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유로존의 구제기금 재원은 EFSF의 가용잔액 2,500억유로, 7월 출범 예정인 ESM의 자본금 5,000억유로, IMF 지원액 2,000억유로 정도여서 필요액에 부족한 상황이다. 중국은 지난해 연말 기준 3조1,800억달러(약 2조4,200억유로)의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어 유럽을 도울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이영창기자
류호성 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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