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직관/존 L. 캐스티 지음ㆍ이현주 옮김/반비 발행ㆍ384쪽ㆍ1만6000원
'경제가 불황일수록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 믿을 만한 속설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치맛단의 길이와 다우존스지수를 비교한 그래프를 보면 호황일 때는 치마 길이가 짧아지고 불황일 때 길어진다. 스포츠와 애니메이션, 건강 관련 사업도 사회 분위기가 낙관적일 때 호황을 누리고, 공포영화나 날카로운 풍자를 담은 영화는 부정적일 때 유행한다. 사회 분위기가 부정적일 땐 여당이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사회적 분위기와 특정 사건의 전후 관계를 살핀 이 책의 요지는 '분위기가 중요하다(Mood Matters)'란 원제에 잘 드러난다. 저자는 테러나 특정 영화의 인기 등 사회적 사건 때문에 사람들의 생각이나 사회적 분위기가 바뀐다는 통념에 반기를 든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향이 사건을 만든다는 것이다. 저자는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이나 9ㆍ11 테러가 대중의 심리에 미친 영향이 단기적으로 크지 않았음을 다양한 자료로 증명해 보인다.
미래를 예측하려면 대중이 집단적으로 공유하는 신념이나 느낌을 파악할 수 있는 촉수를 길러야 한다며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론은 사회경제학(socionomics)이다. 특정한 감정이나 신념이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에게로 이동하는 방식이나 거기에 네트워크가 관여하는 방식을 분석하고 분위기의 순환 패턴을 읽어내는 것이다.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지배적 분위기가 역사를 만든다는 발상은 외부의 힘에 의해 변화가 일어난다는 뉴턴 식 관념을 깨는 것이라 흥미롭다. 저자는 사회경제학적인 방법론으로 예측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한다. 아시아 지역의 초고층 건물 건설도 한 예다. 초고층 건물들은 낙관론이 최고조일 때 착공되지만 완공되는 시점은 대체로 주가가 하락세에 접어들었을 때다. 2015년 완공 예정인 롯데월드타워와 한국 경제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앞을 내다보는 투자자라면 곧 한국 주식시장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할 것이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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