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당이 선거철마다 남발하는 선심성 공약의 폐해는 막심하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서울 지역의 14개 지역구에서 한나라당이 내걸었던 뉴타운 공약이 대표적 사례다. 한나라당은 덕분에 유례 없는 압승을 거뒀지만 사업 부진에 따른 반발과 피해보상 요구 등 심각한 갈등을 낳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 유보도 첨예한 지역갈등을 유발했다.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내걸었다가 간단하게 뒤집는 무책임한 행태야말로 정치판의 위기를 초래한 정당 불신의 주된 요인이다. 그런데도 19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공약 난발에 대한 반성 없이 설익은 선심 공약을 쏟아내는 행태는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새누리당은 큰 대가를 치르고 폐기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남부권 신공항이라는 외피를 씌워 검토 중이다. 이런 식이라면 정치권이 외치는 쇄신이라는 것도 모두 빈 말이다.
복지 강화와 경제민주화 추진, 2030세대의 표심을 겨냥한 공약들이 쏟아지는 것은 시대상황에 비춰 불가피하다. 하지만 예산 확보나 실현 가능성 등을 검토했는지 의심스러운 게 한둘이 아니다. 새누리당이 군 사병 월급을 9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자 민주통합당은 군 복무자 사회복귀 지원금으로 제대까지 30만원씩 적립안을 들고 나왔다. 장기적으로 사병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매년 1조원 이상 소요되는 예산을 마련할 합리적 방안이 없다면 이 역시 아니면 말고 공약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등록금과 장학금, 청년 구직 촉진 지원금 등의 공약은 여야가 거의 비슷해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한다. 한나라당 시절 무상급식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했던 새누리당은 고교 의무교육을 검토공약 리스트에 올렸다. 이에 맞서 민주통합당은 급식과 보육, 의료의 무상시리즈를 넘어 복지공약을 한층 확대하고 있다. 선거 승패를 가르는 핵심층으로 부상한 2030세대의 표심만 의식하다 보니 정당 고유의 정체성 차별이 무의미해졌다. 아직도 어설픈 인기영합 공약으로 유권자들을 속일 수 있다고 믿는다면 큰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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