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며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졸업식 노래가 운동장에 울려 퍼지기도 전에 옷소매로 눈물을 훔쳤던 추억이 생각난다. 요즘'졸업빵'단어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온 국민이 학생을 걱정하는 마음은 똑 같을 것이다.
초중고교 졸업식이 끝나면 일부 학생들은 강제로 옷을 찢고 벗기고 인간 피라미드를 쌓는다. 그들은 서로 신체에 생계란을 던지고 토마토 케첩과 밀가루를 뿌린다.
졸업식 뒤풀이 재료 준비 등을 이유로 돈을 빼앗는 금품갈취, 옷을 벗기는 강제추행, 알몸상태로 단체기합을 주는 행위나 광경을 핸드폰이나 카메라 등으로 촬영해 배포한다. 그 폭력성은 마치 물이 강둑을 넘어선 것처럼 위험 할 지경에 이르렀다.
학교폭력은 권력과 계급이 상존하고, 잔혹해지며, 조직화·집단화·저연령화, 여학생 폭력 증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모바일을 활용하는 사이버 폭력 등 그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학교폭력 행위자들은 자신이 형사법적 범죄를 저질렀는지 모르거나 헷갈리기도 한다.
프로이드는 사람은 본래 공격ㆍ파괴적 반사회적 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현대 학생 심리문화의 이해도 필요하다.
학교폭력성의 원인은 핵가족, 문화ㆍ사회적 구조, 경쟁 입시제도, 교사ㆍ학교의 무사안일주의, 높은 성적표, 온라인게임 등 무수히 많다.
올해 설 연휴에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중ㆍ고교 남학생 3명으로부터 여자 중학생 2명이 5시간 넘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공사장과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옷을 벗기고 우산으로 찌르고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그런데 누구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또래 계층화로 방관이 심해 학생 한 명이 왕따를 당하면 도와주면 같이 왕따가 되기 때문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폭력 피해를 당한 학생들은 프라이버시권 침해와 보복폭력이 두려워 신고를 꺼리고, 낮은 신고율로 인해 가해학생들이 활개를 치니 더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117학교폭력 신고센터는 교과부ㆍ여성부ㆍ경찰청 합동으로 24시간 운영되며,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상담, 사후 대책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고 있다. 학교폭력 가해자ㆍ피해자도 정신ㆍ신체적으로 성장하고 있기에 상담과 심리치료가 기본이다. 신고 학생에게 보복폭력을 계속 했을 경우에는 격리해 의사가 치료한 다음에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찰은 첩보수집, 우범지역 순찰을 강화하고, 담당 형사를 피해학생의 멘토로 지정하고 1일 1회 이상 전화·문자메시지·SNS 등으로 피해학생들과 실질적인 소통으로 보복 협박여부를 실시간 확인 가능토록 하고 있다. 경찰은 범죄척결자에서 '문제해결사'로의 패러다임을 정립했다. 예를 들면 학교폭력 가해자가 형사상 미성년자일 때 경찰은 단순히 법의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역할을 넘어 인성이나 가정환경, 친구관계 등을 파악해 선도나 보호차원에서 학생들을 대하고, 기본적으로 교권을 우선시 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막장 드라마 같은 졸업식은 추억이 될 수 없다. 학생 중심의 특색을 반영한 건전한 졸업문화가 필요하다. 학부모ㆍ교사들이 함께 참여한 공연, 시낭송, 후배에게 교복을 물려주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경찰청과 교과부, NGO 등은 네크워크를 구축해 학교폭력 예방은 물론 졸업빵 뒤풀이 신고ㆍ상담 센터 운영, 졸업식 추진 대책 점검단 구성, 순회지도 등 공조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피해 입은 학생의 비밀 보장과 함께 사전ㆍ사후적으로 보호 할 수 있는 법적시스템, CCTV, SNS 활용치안, 의료지원은 물론 서포터를 통해 2차 피해가 나지 않도록 선도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또한 경찰관ㆍ학부모 예방교육, 또래 상담 동아리 활동이 요청된다.
정부는 입법적ㆍ제도적 정비는 물론 피해 학생이 다시 가해 학생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인성 교육을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아울러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 갈 수 있는 교육정책의 새 틀도 짜야 한다.
지영환 경찰청 대변인실 소통담당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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