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온 하이마트 인수전에 롯데, 신세계,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 3사가 모두 뛰어들었다. 하지만 3사 모두 비싼 가격을 지불할 용의는 없어 보이고, 현실적인 걸림돌도 많아 최종 인수결과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신세계, 홈플러스는 하이마트의 인수전 참여를 위한 비밀유지약정을 매각주간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에 제출했다. 사모투자펀드 2~3곳도 약정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인수전 참여 여부를 저울질해 온 GS리테일 측은 입찰에 불참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약정을 제출한 기업들에게 투자설명서를 보내고 입찰의향서(LOI)를 제출 받은 뒤 본입찰을 실시하는 순서로 매각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형유통 3사가 일제히 인수전에 참가한 것은 하이마트를 누가 갖느냐가 향후 유통업계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 하이마트는 연 매출액이 3조원을 넘고 가전전문 유통사 중 시장점유율이 34.9%에 달하는 1위 업체다. 2위인 삼성디지털프라자(20%), 3위 LG하이프라자(14.8%)를 크게 웃도는 수치. 올해 실적은 사상 최대인 매출액 3조5,000억원, 영업이익 3,000억원이 전망되고 있다.
매각지분은 최대주주인 유진그룹과 2대 주주인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소유분을 포함해 60% 가량. 현재 시가는 1조1,000억원 정도이지만,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2조원에 가까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장 적극적인 쪽은 롯데다. 롯데는 현재 롯데마트 내 가전 전문코너(숍인숍)인 '디지털파크'를 일반 매장(로드숍)형태로도 키운다는 계획을 갖는 등 가전유통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고 신동빈 그룹회장도 의수의향을 여러 차례 표명한 상태다.
백화점, 대형마트, 아울렛, 기업형슈퍼마켓(SSM)은 물론 편의점, TV홈쇼핑 등 다양한 업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롯데에 비해 신세계는 업태가 부족한데다 유통업 규제로 이마트 추가 출점이 곤란한 상태라 약 300개의 매장을 추가할 수 있는 하이마트를 매력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주력 업태가 대형마트와 SSM 정도밖에 없는 홈플러스도 하이마트를 인수할 경우 외형확장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통 3사 모두 최종입찰까지 완주할 지는 확실치 않다. 약정을 제출한 기업들은 "현재로선 인수의향 정도만 밝힌 것이고 정식입찰에 참여할지 여부는 더 검토해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출혈경쟁까지 벌이며 비싼 가격을 낼 의사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없어 보인다.
이런 소극적 태도의 배경엔 '선 회장'변수가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 끝에 유진과 선 회장이 하이마트 지분매각을 결의했을 때만 해도 선 회장은 경영권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입장이 바뀌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경우 60%의 지분을 인수하고도 마음대로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할 수 있고, 경영권 분쟁 재연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에서 유통 3사 들도 선뜻 인수참여를 공식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약정서를 제출한 한 기업 관계자는 "선 회장의 영향력이 워낙 큰 회사라 인수 후에도 이 부분이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아직은 인수전 향방을 예단키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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