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억제 정책으로 한 동안 잠잠하던 식품가격이 연초부터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일부 식품업체들이 사전고지 없이 기습 인상을 단행하고 있는 것. 특히 분유와 햄버거 등 소비자 체감지수가 높은 품목들이 오름세의 중심에 있다.
일동 후디스는 1일부터 '산양분유'가격을 낱개는 평균 5.8%, 세 개짜리 묶음상품은 6.8% 올렸다. 이에 따라 분유 한 통 값(3단계 제품 기준)이 기존에 비해 3,000원 오른 5만 4,900원, 세 개짜리 묶음은 1만 300원이 뛴 16만 1,4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해 10월 신제품 출시를 내세워 '임페리얼 XO', '아이엠마더' 등 3종의 분유값을 평균 7%씩 인상했었다.
시리얼 시장 점유율 1위인 농심 켈로그도 콘프로스트, 스페셜 K 등의 가격을 평균 5%씩 인상하기로 해 이달 중순부터 시중 슈퍼마켓 등에서 오른 값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인상 행렬에 가세했다. 맥도날드는 1일 일부 품목의 가격을 200원씩 기습적으로 올려 아침 메뉴인 소시지 에그맥머핀세트와 베이컨에그맥머핀세트를 각각 3,200원, 런치세트인 불고기버거세트를 3,4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버거킹과 KFC를 운영하는 SRS코리아도 지난해 12월 와퍼주니어를 비롯한 햄버거 10여종의 값을 평균 4.7%가량 올렸고, 던킨 도너츠 역시 지난 달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던킨 오리지널과 카라멜 마끼아또 등 커피 5개 제품의 가격 인상을 알렸다.
해당 업체들은 원자재 값 상승을 인상 원인으로 지목한다. 한 우유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흰우유 원가가 두 배 정도 올라 총 40억원의 손해를 감수했다"며 "올해는 식품업계 전반에 원자재 가격 압박이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에 눈치만 보던 다른 기업들도 최근 분위기에 편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지난 1, 2년 간 생산원가가 꾸준히 올랐음에도 이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못한 업체들이 더 이상 손해를 감수 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며 "일부 업체들은 조심스레 인상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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