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상대책위가 2일 오전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을 새 당명으로 결정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다. 당 이름으로선 워낙 파격적이어서 외부 인사인 상당수 비대위원들도 처음엔 거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대위원들을 설득해 결국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당명 개정 작업을 맡은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이날 국민 공모를 통해 접수한 1만여 건의 당명 중 '새누리당''새희망한국당''한국민당' 등 세 건을 최종 후보로 비대위에 들고 왔다. 조 본부장은 "새누리당이 가장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새누리당을 1순위 후보로 올렸다.
처음엔 대다수 비대위원들이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김종인 위원은 "(온누리교회 등) 교회를 연상시킨다"며 "새 당명엔 '국민'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게 당 쇄신 방향과 맞다"고 반대했다. 조현정 위원은 태블릿PC를 통해 국어사전을 검색한 결과를 내보이며 "'누리'라는 말엔 '세상' 이외에 '농작물에 큰 해를 끼치는 메뚜기 과에 속한 곤충''우박' 등의 뜻이 있고, 유치원과 애완동물 이름으로 많이 쓰여 당명이 희화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준석 위원은 "(조 본부장이) 전문가임을 내세워서 일방적으로 결정하려 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은 박 위원장이 비밀리에 인선했던 진영아 공천위원이 허위 이력 논란 끝에 조기 낙마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당의 의사결정이 왜 이런 식이냐"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 '메리'는 강아지 이름으로도 쓰이지만, 종교적으로는 성모 마리아라는 신성한 뜻도 있다"면서 "이처럼 이름은 어떻게 쓰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이름을 만들어도 우리가 국민들에게 잘못하면 희화화되고 잊혀지는 것"이라며 "우리가 노력하고 홍보를 잘 하면 '국민'이라는 표현이 없어도 국민과 젊은이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본부장도 "권위주의, 엄숙주의와 기성 정당의 틀을 벗어나겠다는 뜻이 담긴 당명"이라고 역설했다.
이후 1시간 30분간 이어진 찬반 토론 끝에 '새누리당'이 새 당명으로 결정됐다. 처음에 반대하던 위원들도 "자꾸 들으니 괜찮다""젊은 감각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등의 이유를 대며 물러섰다. 김종인 위원도 "다들 좋다고 하면 반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라는 이름에 대한 당 안팎의 평가는 천차만별이었다. 당내에선 "과감한 혁신 의지를 상징하는 당명"이라는 평가와 "너무 가볍고 당 정체성을 알 수 없다"는 우려가 엇갈렸다. 인터넷에선 "한나라당이 '새'로 '누리'겠다는 뜻이냐", "당가는 새타령이고, 당 색깔은 누런색이 되느냐" 등 폄하하는 시각이 많았다. 보수 논객 조갑제씨는 "유치원 이름 같다"고 비꼬았다.
한편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국어사전에서 '누리'의 여러 의미 중 '농작물을 해치는 메뚜기'를 고의로 삭제한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이뤄지는 등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네이버 측은 "우리가 제휴를 맺은 국립국어원 사전에 원래 그런 뜻이 없었다"고 부인했고, 트위터를 통해 관련 의혹을 확산시켰던 작가 공지영씨 등은 "잘못 알았다"며 사과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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