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드라마에서처럼 돈 많고 폼 나는 직업은 아니잖아요.'진짜 의사'스토리를 담고 싶었어요."
청진기 대신 책 한 권을 들고 청소년과 환자들 앞에 나타난 김응수(55) 서울 한일병원장은 2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연신 웃었다. "의사를 꿈꾸는 청소년들을 위해 썼다"는 자신의 책 <의학의 달인이랑 식사하실래요?> 가 학부모한테 더 인기 있더라는 세간의 분위기를 전하자 나온 반응이다. 그는 "어른들조차도 '진짜 의사'에 대해 그만큼 몰랐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했다. "의사를 꿈꾸는 많은 청소년들이 진정한 의사의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면 누가 더 읽든 상관없다"고도 했다. 의학의>
최근 나온 <의학의 달인이랑...> 은 정사가 아닌 야사(野史)다. 자신의 딸(18)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풀어낸 책은 국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로 채워졌다. '의사 장 라레가 전쟁에서 병사들을 치료하다 보급선이 끊겨 꼼짝없이 굶어 죽게 되자 나폴레옹으로부터 하사 받은 말을 죽여 그들을 살렸다', '철학자로 알려진 아리스토텔레스는 원래 의학과 생물학에 매진한 의사였다'는 등 교과서에 없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넘쳐난다. 의학의>
김 원장은 "의사 지망생들이 비르효나 장 라레처럼 청빈한 삶을 살며 보통사람들을 치료하고자 했던 의사들의 삶을 먼저 접한다면 TV 속 의사들의 모습도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기계적으로 기술만 가르치는 의사 교육이 아니라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많은 학생들이'의사'라고 하더군요. 그 중 의사를 제대로 아는 친구들이 얼마나 되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의사로서의 삶은 이런 것'이라고 알려주고 싶었던 이유다.
30년 가까이 환자만 돌보던 의사가 '야사' 보따리를 풀어내려니 발품을 팔 수밖에 없었다. "의사의 이야기라면 국내 도서관이라는 도서관은 다 찾았어요. 일본 등 해외의 고서점가까지 뒤졌죠. 10년 정도 그러다 보니 70여명의 전기가 쌓이더군요."
책은 병리학의 선구자로 꼽히는 루돌프 비르효, 정신분석을 계발한 지그문트 프로이트까지 환자들과 동고동락한 20명의 의사 이야기를 실었다.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의 변호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의사라면'아픈 사람들의 친구'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요?"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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