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에도 왕따와 폭력이 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전까지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맹학교 강재현)
"학생은 문화를 이길 수 없습니다. (어른들이) 문화를 바꿔주셔야 합니다. 신고를 하는 학생이 '찌질이', '못난 애'라는 문화를."(중계중학교 김도훈)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학교폭력과 관련, 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2일 마련한 서울교육학생참여위원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이 위원회는 학생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중고생 35명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서울맹학교 강재현군은 "우리 학교에도 단순시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지적장애와 시각장애를 동시에 가진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존재한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이 특수학교에까지도 퍼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고교생은 "학교폭력 대책을 말하러 간다니까 학교에서 '학교 망신시키지 말고 잘하라고 하더라"며 "이런 교사들의 언어폭력, 인권 감수성부터 개선해야 학생들이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동글로벌경영고 허은영양은 "학생들이 당뇨병을 앓는 학생을 돼지라고 놀리거나 신발을 던졌다"며 "선생님이 물론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시긴 했지만 직접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대면시켜 피해학생이 우는 모습을 봤다"며 세심한 지도를 요청했다. 실질적인 대책을 주문하는 학생도 있었다. 중계중 김도훈군은 "동영상 교육이나 표어 제작 등은 안 했으면 좋겠다"며 "학생들은 마음에 와 닿는 대책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의견을 접한 곽 교육감은 "학교폭력대책회의를 요란스럽게 하고 있는데 학생들의 목소리가 더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우선 담임 교사는 학생지도 및 상담과 수업에만 전념하고 비담임 교사가 행정업무를 전담할 수 있도록 해 더 많은 학생이 교사로부터 보호받고 상담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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